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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cial scope Mar 04. 2021

[기획자의 책 읽기]9.기획회의530호#팬데믹아포칼립스

인류의 진보는 계속될 것인가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을 투자' 한다는 기사를 봤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왔는데, 그 금액이 7700억임을 감안한다면 근 5년간의 투자금액의 70%가 넘는 금액을 한 해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실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소위 터졌던 콘텐츠가 꽤 많았다. 그중에서도 시장을 견인한 작품을 꼽자면, 아마 <스위트홈>과 <킹덤> 일 것이다. '알 수 없는 전염병과 존재'의 출현과 '멸망'이라는 키워드가 현 시국과 맞아떨어지면서 콘텐츠의 체감도가 상당히 올라갔을 것이다.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에 아포칼립스 콘텐츠라니, 케미가 상당히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로 지난 1년간, 아포칼립스 콘텐츠가 유난히 많이 소비되었는데 출판계에서는 [페스트]가 2020년 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에 이름을 올렸으며 정유정의 [28]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컨테이전>, <감기> 등 이전 영화들도 다시 찾았다. 

 

사실 나에게 괴물이나 좀비가 나오는 콘텐츠는 알 수 없는 괴생명체들이 날뛰고, 사람들은 도망가다가 결국에는 사람들이 이겨내는 서사 정도로 여겨졌다. 여기에 어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가 싶어 격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었다. 이런 이유로 스위트홈을 보다가 말았는데, 이틀 만에 주행한 지인이 말한 코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괴물들이 하나같이 사연을 가지고 있어, 이유가 있어. 슬퍼. 감동적이라고ㅠㅠ"

"응? 그 요상하게 생긴 애들이 사연을 가지고 있어요? 좀비 같은 거 아니었어요?"


도대체 감동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람들은 왜 아포칼립스 서사에 공감하는 것인가?

-25p- [intro] 中

이에 대한 답으로 뉴돛의 대표이자, <기획회의>의 편집위원인 이가희는, 과거에 종말은 신이 인류에게 내린 일종의 징벌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고대 서사시인 [일리어드]와 성서인 [묵시록]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류멸망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인간들에게 현재에 착하게 살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는 환경문제와 윤리적 위기, 경제 양극화를 거쳐 지구의 파괴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사람들이 아포칼립스물을 통해 '지금이라도 멈추고,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 얘기한다.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경제 양극화가 치닫는 상황에서 인류의 진보는 계속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 서사에는 현실 세계에 대한 부정이 들어있다. 결국 세상을 망치는 건 기득권과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점에서, 답답한 세상을 일단 초인적 힘으로 부수고 시작하는 것이다. 
-25p- [intro] 中

영화 부산행의 마지막 장면. 살아남은 두 명의 생존자가 노래를 부르며 터널을 빠져나온다.


한 편,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포칼립스물을 통해 '선한 의지가 세상을 구할 거라는 희망이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위의, 나의 지인이 느낀 감동 포인트도 스위트홈의 캐릭터들이 지닌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왔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포칼립스물은 항상, 싸움을 끝낸 후 지쳐버린 행색으로 희끄무리한 한 줄기 희망을 찾으면서 끝이 났다. 멸망이 결말이었던 적은 없다. 

아포칼립스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상상이 결합하여 종말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 아포칼립스 장르가 세계의 불안과 두려움을 내포하면서도 궁긍적으로 선한 의지와 희망을 내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작품들을 감상하는 우리도 이 지난한 현실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39p- [ISSUE] 펜데믹 아포칼립스 中

 ps. 인류종말로 끝나는 콘텐츠를 본다면 멘붕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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