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cial scope Dec 29. 2020

[기획자의 성장기] 1. 피드백을 한다는 것

기분만 좋은 피드백, 나를 알아가는 피드백

<피드백=평가이던 시절>


"팀장님, 정리해봤습니다. 피드백 부탁드립니당!"


아마 직장생활 중 가장 떨리고, 가장 맞이하기 싫은 순간이자, 가장 많이 보냈던 카톡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이에 따라서 그 날의 야근 여부가 엇갈렸으니까. 항상 엔터를 치기 전, 할 말을 제대로 썼는지 살펴보고 한 방에 통과되기를 기도했던 것 같다. 피드백은 곧 컨펌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문제였다.


피드백을 받기만 하던 주니어 시기에는 상사의 피드백을 감정적인 신호로만 파악했었다.

대부분 좋은 반응은 1. 길지 않으며 2.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였다. 반대의 경우는 다들 알 것이다.


상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기뻐하고 잘했나 보다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내 능력이 이 정도인가 보다 하고 좌절했었다. 상사와 광고주의 피드백에 순전히 감정만 왔다 갔다 하는 시절이었다.




<피드백=????>


"00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시간이 흘러 3년 차가 되었을 무렵, 내게 의견을 묻는 누군가가 생겼다. 후배 팀원의 문서를 봐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가져온 문서의 퀄리티가 어떻든, 지지고 볶아 그럴싸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더듬더듬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이 장표에서는 A가 가장 부각되어야 하는데 모든 요소가 다 같은 볼륨으로 들어간 것 같아. 부가적인 내용은 사이즈를 확 줄여보자"


어디선가 들은 것을 토대로 문제를 짚고 이유를 얘기해주고, 수정할 방향을 제시해줬다.

타인의 결과물에 평가를 해본 경험은 적은 나는, 피드백을 하고 나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까?', '제대로 알아들은 걸까?', '내가 단순히 감상만 한 건가?', '업무에 도움을 주긴 한 걸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그 걱정은 '나는 피드백을 어떻게 받았었나'를 회고해보는데까지 이르렀다. 


'진짜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피드백은 무엇이지?'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구체적인 칭찬은 고래를 성장시킨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피드백을 받았던 적을 떠올려보자. 보통은 칭찬이라 여겨지는 좋은 피드백, 지적이라 여겨지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 긍정의 피드백 : 좋아, 웃겨요ㅋㅋㅋ, 잘했네, 괜찮은데, 잘 썼어, 그렇게 하자
- 부정의 피드백 :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렇고, 그럼 이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보통은 부정의 피드백이 길고 구체적이다. 어쩐지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집어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이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긍정의 피드백은? 대부분이 감탄에 그치고 만다.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 긍정의 피드백을 받은 사람 : '아, 내가 잘했구나' '다행이다' '뿌듯하다' '감사합니다!'
- 부정의 피드백을 받은 사람 : '아,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겠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 설득됨, 또 다른 관점 획득, 개선점을 알게 됨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뭔가를 깨닫고 고쳐오겠지만,  잘한 사람은 잘해놓고도 내가 추후에 어떤 행동을 지속해야 하는지, 그래서 내가 뭘 잘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처럼 칭찬도 구체적으로 할 수 없을까?


가령, 이런 식이다.


내가 다닌 홍보대행사는 매년 경쟁 PT를 준비한다. 광고주의 홍보전략과 방안을 PPT로 제작해 경쟁업체들과 PT를 하는 것인데, 덕분에 PPT 장표를 수도 없이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해당 장표의 헤드라인을 뽑는 일은 매번 중요했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약 100장 분량의 PPT를 발표하려면 헤드라인을 토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유는 몰랐지만 팀장님들께 장표를 잘 쓴다는 평을 들었었고, 그중에서도 헤드라인을 잘 잡는다는 피드백을 받곤 했다.


다음은 내가 받았던 피드백의 유형이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었다.

1. 헤드라인 잘 쓰네

=> "아, 내가 헤드라인 잘 쓰는구나. 기분 좋다"를 느꼈었다.  


언젠가는 이런 피드백을 받았었다.

2. 헤드라인을 잘 썼네, 앞 뒤 장표 흐름이 잘 맞아. PT 하기 수월할 듯  

=> "아! PT의 맥락도 살펴야 하는구나! 그래서 헤드라인이 중요하고, 그에 대한 칭찬을 해줬던거였어. 다음부터 앞뒤 장표의 흐름을 고려해서 짜야겠다"를 깨달았다.

(보통 PPT 마지막 수정은 팀장들이 했는데, 발표자였기 때문이다. 그 입장에 서본 적이 없는 나는 맥락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그랬기에 앞뒤 장표와의 흐름은 고려하지 않고, 내 장표에만 집중했다. 그러니 뚝뚝 끊기지)


언젠가는 이런 피드백도 받았다.

3. 헤드라인을 잘 썼네, 장표 내용이 잘 담겼어

=> "아, 내가 의도를 잘 파악했구나. 요점을 잘 정리했구나"를 발견했다. 내 강점의 발견이었다.



각기 다른 유형의 피드백을 경험한 후, 깨달은 건 피드백을 통해 내가 단순히 어느 부분을 잘했고 못했고를 아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부분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내가 누군가에게 그러한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피드백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거나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이유를 알려줘야 건설적인 피드백이 될 수 있다. 그저 '잘했다' '못했다'의 피드백은 의미 없이 쓴 이모티콘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피드백의 목적은 공동의 목표를 더 탁월하게 달성하는 데 있다. 즉 상하관계를 떠나 모두에게 그 의무도 지어지는 것이다. 같은 목표를 과제로 지닌 구성원 모두가 피드백을 할 의무도, 요청할 권리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기획자의 책읽기]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