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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cial scope Feb 09. 2021

[기획자의 책 읽기]7. 그럼에도 평생 직장인이고 싶다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에게 

일을 통해 일구어낸 자신만의 원칙과 시선이 담긴 에세이를 좋아한다. 무너지고 세우면서 리얼하게 구축해낸 사람들의 마인드셋은, 책을 통해서도 단단한 게 느껴진다. 내 삶에 적용해볼 만한 원칙들도 많고.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오하 글, 조자까 그림


근래에 읽은 두 에세이엔, 그들의 말에 따르면 '전쟁 같은 회사'와 '서늘한 마켓'에서 살아남은 직장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주식, 채권 시장을 예측하면서 남긴 단상들을 담은 트레이더 '김동조'의 이야기가,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들에게 날아간다]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오하'의 이야기들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김동조




김동조의 책에서 찾은 키워드는 '원칙'. 그에 따르면 실패하더라도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원칙을 수정하면 되니까. 실패했을 때 다시, 또 다른 선택을 한다면 삶은 절망에 빠지지 않고 계속된다. 중요한 건 지킬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것과 원칙을 지킬 의지. 

이 드라마의 미덕은 그 깨달음이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으로 바뀐다는 점에 있다. 가슴 아프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힘들긴 해도 자신이 선택한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中 -445p-


아울러 마음이 불안하거나, 지친 상태에서는 뭔가를 결정하는 걸 경계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매우 약해진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정신과 신체 모두 안정적일 때 한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 지친 상태에서 결정이 위험한 이유.
나쁜 의사결정은 나쁜 감정 상태에서 내려진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中 -365P-


입사 2년 차쯤. 성장은 보이지 않고 몸은 지쳤을무렵, 계속 출근을 하도록 만든 건 '이곳에서 한 번의 임계치는 넘기자'라는 나와의 원칙 때문이었다. 아마 그 시점에 퇴사를 했다면, 지금 그때의 나에게 뭐라고 한마디를 퍼부었을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삶을 사는 데 있어 원칙은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원칙이 없다면 결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우리가 점심메뉴만 결정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 




3년 차가 지나면서부터는 '쉼'에 대한 생각도 변하기 시작했다. 안 풀리는 문제를 두고 야근이 길어지는 나를 볼 때마다, 상사분들은 일단 퇴각을 권하셨다. 몸소 겪어본 결과 50% 에너지로 10시간을 일하느니 80%의 에너지로 6시간을 일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가끔은 팀을 믿고 훌쩍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우리는 도라에몽이 아니다.

이제는 모두 알 때가 되었다. 나를 채우는 일은 나에게도, 회사에도 필요한 일임을. 우리는 보고 듣고 읽고 먹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가 좋은 것을 만든다는 것을.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中 

약점과 강점에 대한 생각도 잡혀갔다. 보통 우리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다음의 태도를 가질 것이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확장한다"


그게 최선의 길은 아니었다. 약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개선은 되어도 한계가 있었다. 점점 연차가 쌓일수록, 나 스스로를 보완하는 것보다는 내 약점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들을 찾아서 옆에 두는 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좋은 팀'이란 일 잘하는 여러 명이 모인 게 아니라,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조합'이라는 걸 깨우치기도 했다) 그러니, 약점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강점을 뾰족이 다듬는 게 더 탁월한 결과를 가져온다. 

최선의 전략은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전략이 아니라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는 비대칭성 전략이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中 -377P-




한 번은 창업을 꿈꾸던 동료들과 이런 질문이 오간 적이 있다. '사장이 하고 싶은가, 직원이 하고 싶은가.' 


나는 전적으로 후자였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뭔가를 만들어가는게 즐거웠다. 동료든, 협력사든, 광고주든 서로 날을 세우기도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과정이 신기하고도 즐거웠다. 밤새 제안서를 쓰고 첫 차로 퇴근을 해도, 줄줄이 PT에서 떨어질 때도, 20시간 가까이 촬영장을 지키고 있을 때에도. 끝나고 피곤한 얼굴로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는 그 순간이 좋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어코 할 일을 해낸 후, 존중과 위로를 전하는 사람들. 

그 '일하는 마음'들을 옆에서 보는 건 값진 경험이었다.     

과정이 어찌 됐든 프로들은 결국 광고주가 마음에 드는 카피를 써내고, 제품을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은 만들어내고, 멋있게 찍어낸다. 아무튼 결승선까지 가고야 마는 것이다. 경험해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일이라 느껴진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中 -237p-


그럼에도 스스로가 너무 쭈구리같이 느껴지는 날에는, 나만 아는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보곤 했다. 누군가 스치듯 했던 칭찬, 상대방은 기억도 못하는 코멘트 혹은 누군가의 인정은 없어도 내가 만족하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아, 나는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이었지'하면서 다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럼 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을 잘 마무리되어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얼마나 열심인지>
한 편의 광고를 만드는 일에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 넘은 인원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나는 카피라이터의 일을, 모델은 모델의 일을, 감독은 감독의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 각자의 분야에서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 수십 명이 모여 최고의 결과물 한 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록 머리에 쥐 나는 아이디어 회의와 끝없고 허무한 피드백의 과정은 힘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얼마나 멋진 일을 하는지 이 사실을 찐하게 기억했으면 한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中 -237p-




<그럼에도 출근한다>

직장인이 되면 퇴근하고 한강에 가서 라면을 먹겠다던 로망은, 새벽에 택시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포대교와 동작대교를 보는 거로 대체되었지만. 벚꽃철에 늘, 전사 모두 한강으로 피크닉을 떠나는 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방전과 부스터가 되는 날이 오가면서 다들 나름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일이 고단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는 건 결국 일을 통해서이다. 직장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일말의 성장과 단단함을 느끼기 위해 누군가는 달을 보며 퇴근하기도,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계속 달리기도 하는 거겠지.


ps. 두 책의 제목을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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