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번 시켜보기, 일단 한번 먹어보기
어릴 때부터 면을 좋아했다. 면이라면 끼 때마다 먹고 싶었다. 요즘엔 식성이 바뀌어 라면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렸을 땐 아침에 일어나 라면을 먹고 등교해보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다. 식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 덕에 그런 건 정말 꿈만 꿨었지만.
요즘도 종종 보이는 '스파게티'란 라면을 나는 무척 좋아했다. 케첩 맛이 담뿍 나는 촌스러운 그 라면이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우아했다. 라면을 끓여 예쁜 접시에 담고 포크를 이용해 한 입 한 입 돌돌 말아먹으며, 나를 저- 외국 어딘가로 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거다. 티슈를 뽑아 입가도 닦으면서.(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어렸던 나는) 라면 한 접시가 나를 우아하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나는 그 봉지 스파게티를 참 좋아했다.
이젠 봉지 스파게티가 아닌 파스타를 먹는다. 부드럽지만 살짝 씹히는 듯한 면의 식감을 좋아하고 소스가 적절히 베어 들어간 파스타의 조화로움을 애정 한다. 심플하게 재료의 맛을 살린 파스타를 특히나 좋아하게 되었다. 생면으로 만든 파스타를 부러 찾아가 먹고, 애정 하는 파스타 가게를 눈여겨보고 있다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재빠르게 줄도 선다.
어란을 넣었어? 고등어를 올렸다고? 고수?
익숙지 않은 요리를 만났을 땐 조금 주저하지만 과감히 시켜본다. 입에 맞지 않을 확률도 높다. 메뉴의 사진이 있으면 짐작이라도 해볼 텐데 요즘은 사진 없이 작은 글씨로 흘려 쓴 메뉴판이 인기라 그것도 쉽지 않다. 주문을 할 때 메뉴에 대해 조금 더 물어보긴 하지만 사실 답은 나와있다. 궁금한 건 먹어봐야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고(옛말 틀린 거 하나 없죠?)
백견불여일식;百見不如一食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먹어보는 것이 낫다.(요건 처음 듣죠? 그럴 거예요 제가 방금 끼워 넣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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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은 파스타의 기억 덕에 나는 더 이상 고수가 무섭지 않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즐기게 되었다. 주저하다 내디딘 그 한 번으로 나의 食생활은 더 윤택하고 넓어졌다. (긴긴 남은 인생을 고수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야호!)
음식을 경험해 보는 것.
새로운 메뉴에 대한 시도는 나의 세상을 넓게 만드는 가장 작은 시도이자 용기가 아닐까. 얼마 전 과감히 시켜 먹어본 파스타가 생각보다 훨씬 더 근사했기에, 그 덕에 나의 食생활이 한 뼘 더 윤택해졌기에, 딱 한 입만큼의 확신을 더해 말해본다.
정말이에요 여러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불여일식(百見不如一食)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