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시에의 책,밤
시인의 산문은 아름답다.
즐겨 사용하는 sns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모월 모일이라. 입안에서 구르는 듯한 발음이 귀여웠다. 하얀 바탕에 분홍색 네모난 비누 같은 게(비누일까?) 그려져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시시콜콜한 이유를 붙여 책을 산다. 책을 고르고 읽는 건 마치 운명 같다. 광활한 활자의 세상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다. 온갖 것들이 넘쳐나는 sns 속에서 찰나 흩어질세라 내 마음 꼭 끄는 책들이다.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집어 이리저리 둘러보고 쓸어보고 있노라면 종종 마음이 일렁인다. '아, 이 책이구나. 이 책 오늘 나랑 같이 집으로 가겠구나'란 생각이 비죽이 솟아오른다. 호감의 이유를 하나하나 다 알 수 없듯, 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sns에서 우연히 본 제목이 내 입에서 데구르르 굴렀으니, 이 책은 내가 읽어야 하는 책인 것이다.
봄비 같은 책이었다. 겨울 언 땅이 봄비를 맞으며 촉촉이 녹아드는 것처럼, 잔잔하고 다정하게 스며든다. 메마른 것도 모르다 문득 내가 메말라있었구나,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시인의 세상은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운가. 도서관에 가는 그 길이 그토록 서정적일 이유가 무어냐. 잔잔했다 산뜻했다 때론 슬펐다 하며 사계절을 작가와 함께 걸었다. 책을 읽으며 작가를 떠올린다. 요가를 배우고 종종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산책을 하는, 여름을 좋아하고 겨울밤을 들여다볼 줄 아는 단정하고 깊은 사람. 모과를 닮아 있을 것 같은 사람.
시인의 눈을 가지고 살고 싶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담담히 그러나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