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좋아
어느 북국의 깊은 시골에서 겨울을 두어 번 났었다. 말 그대로 ‘폐부를 찌르는’ 공기와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보내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길을 헤치던 기억이 나쁘진 않았던지, 눈이 가득 쌓인 사진들을 보면 살벌했던 추위보다는 그 눈 속 오두막 안의 따뜻함이 떠오른다.
검은 추위를 창 밖으로 바라보던, 모든 작은 생명은 잠들고 거대한 생명만 깨어서 눈을 나리고 눈을 쌓고 달을 띄우고 별을 흩뿌리던 모습을 나만, 우리만 몰래 지켜보는 듯 고요하고 오붓하던 하얗고 찬 시간들.
겨울은 멀었고 막상 겨울이 오면 김밥처럼 롱 패딩을 둘러 감고 자전거도 못 탄다며 구시렁대겠지만
문득 그리워할 수 있는 겨울이 있다는 것이 좋다.
책장 어느 구석 나도 모르게 끼워져 있던 오래된 여행 엽서처럼, 있는지도 몰랐던 기억, 발견한 순간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는 엽서 같은 기억이 있다는 것이.
출처를 찾을 수 없는 스위스의 어느 밤.
#겨울
#겨울이오고있다
#단정한100일의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