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 안 늘어나 있고
고개를 돌리면 딱 기타가 있는데 늘 눈에 배기는 거라.
언제 저걸 치나 언제 저걸 치나.
가야금은 책상 옆에 가려서 안보이니 덜 눈에 배김 (아님)
오늘은 하루가 약간 일찍 정리되어서 기타를 잡아보았다. 조율을 해야 하면 귀찮아서 안 치게 되는데 내 기타는 얼마나 기특한지 오래도록 안쳐도 소리가 크게 달라져 있지 않다.
가야금을 안 뜯게 되는 것도 이유가 같다. 조율이 더 힘든데 음이 잘 바뀌어있다. 가야금은 가야금 뒤편의 작은 조이개인 돌괘로 조율을 하곤 하는데 크게 달라진 음은 가채처럼 잘 묶여 있는 부들을 풀어 당겨야 다시 맞출 수 있다. 한 번씩 정말 뜯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에 낑낑거리며 조율을 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손끝이 빨개지고 손아구가 아프다. 땀이 뻘뻘 난다. 취미인 중에서도 나이롱 취미인이니 방법이나 요령이 없어서이겠지만 이렇게 힘드니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게다가 지난번 맡겼던 국악사에서 얼마나 대충 줄을 갈아주었던지 금세 뚝뚝 끊어져서.. 한 줄 끊긴 채로 산발을 하고 있다 미안..
타악을 많이 접하게 되어서 현악을 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칭구들인데 마음이 무색하게 우리 집 전시품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가야금은 오래전에 어머니가 사주신 것인데 저렇게 먼지만 얹게 하고 있으니 어쩐지 어머니께 죄송. 죄송스럽다 했더니 “안치면 어떠냐 저렇게 예쁘니 그냥 놓아둬도 좋다.” 하신다. 역시 엄마 최고. 네 그러면 거문고도 하나 들일까 봐요! (진심)
그치만 꽤 먼지를 얹고 있어도 늘 눈에 보이고 마음이 쓰이면 만지게 되고 퉁기게 되는 것이다. 오늘처럼. 아주 오래전에 보관함에 넣어둔 튜토리얼 강좌를 틀어 놓고, 잊었던 코드를 더듬어 짚어보니 뇌 주름 어디엔가 푹 잘 자고 있었던지 이내 1절 간주까지는 느리게라도 뜯어낸다. 햐 이게 그렇다니까요.
기분 좋게 15분쯤 치고 제자리에 둔다. 먼지가 털어지니 기타도 반짝 하고 마음도 반짝 하고 손끝도 욱신 허다. 낑낑거리며 혼자 연습하고 연습했던 1년? 2년 전의 나를 꼭 안아주겠다. 그리고 언젠가의 나에게 꼭 안길 수 있는 오늘의 지금의 나를 많이 만들어 둬야지.
그리고 꼭
다시 선생님께 무용을 배우러 갈 거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내 삶에 늘 잘 실어둘 거다 내 몸에 잘 담아두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고 반질거리게 만들어서 잘 새겨둘 거다 내가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채워지도록. 뿌앵
나 대신 키타-를 쳐주는 호랭이와 그걸 듣는 핫도그
#단정한100일의반복
#기타
#키타-
#호랭이
#핫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