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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슈슈 Oct 06. 2022

밀림의 왕은

지치지 않아


두 달 정도 밀린 프랑스어 학습지를 매일 하나씩 풀지만 그러는 중에도 일주일에 3개가 업로드되니까 크게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밀림의 기간에도 수업은 안 빠지고 들은 것이 잘한 일인지 미련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 미련하냐면 학습지 풀면서 수업 내용 기억 안 남)


그리고 이럴 줄 알았지만 시작한 거라서. 이것이 나의 최선임을 알고 있다. 이사도 있고 자격증 시험도 두 개나 껴 있고 그동안 직장을 안 다닐 수도 잠을 안 잘 수도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날 수도 없지만

또 그렇다고 계속 미루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도대체 언제 할 수 있는 건데?’ 유예의 왕 나 자신에게 대거리하는 심정으로 묻게 되었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생명력과 맞바꾼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내일의 나는 어떻게든 얼만큼은 할 것이다’라고 3개월 전의 내가 오늘의 나를 믿어본 것이고 오늘의 나는 그러한 나의 자아상에 발맞추어 하는 만큼 해보는 중이다.


너무 밀림의 왕중왕이어서 학습지 제출할 때 늘 면구스러운 마음이 들어 괜히 ‘감사합니다’ 라고 꼭 코멘트를 달곤 하는데, 그 순간 말고는 별로 면구스럽지 않다. 이렇게라도 하고 싶었고 이렇게라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거면 됐지 뭘


대단한 성취를 꿈꿨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 중 몇 가지는 덜어졌고 또 다른 몇 가지가 더해졌지만 그 시간들을 보내며 얻은 건


대단한 성취를 꿈꿀 것 없이 꾸준함을 시샘할 것 없이 그냥 지금 조금 끄적여보는 게 좋겠다는 가벼움이었다. 대단함도 꾸준함도 지금 여기에는 없다. 얇고 얇은 지금이라는 시간에다 나의 움직임을 조금 얹을 수 있을 뿐이다. 그게 쌓이건 말건 그건 지금 내 소관은 아니다.


8월 10일. 세계 사자의 날.

굉장히 멋진 사진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뭔가 좀 푸석푸석하고 헐빈해보이는 사진으로 골라보았다.








#단정한100일의반복

#밀림의왕

#암오케

#뭐워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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