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광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뜨개실을 두 타래 샀다.
초록색이 당기던 차에 잔디 코스터가 눈에 띄길래 하나 살까 하다가, 아 저 가격이면 내가 일곱 개쯤 떠서 나눠도 줄 수 있겠다 싶어 기성 제품 대신 뜨개실을 샀다.
바쁜데 피곤한데 뭘 또 이렇게까지 하나, 앳 저녁에 졸업한 부분 아닌가, 그런 생각을 잔뜩 하는 척하며 실은 뜨개실을 살 명분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뜨개질처럼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도파민과 옥시토신의 균형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발견하고.. (<도파민형 인간>이라고 함)
아니 그럼 다른 걸 해도 되지만 딱 뜨개질이라고 쓰여 있길래 하하 그렇다면 나의 호르몬을 위해! 라며 구입했고 컵받침 두 개를 떴다.
피곤한 일이 아닌가. 했지만 소싯적 뜨개광인이었던 나 답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 <니터스 하이>라는 뜨개인을 주제로 한 만화도 있던데 역시 뜨개질에는 그런 중독성이 있는 것.
취미란 생업에서 멀어질수록 의미가 깊은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고, 근데 이 귀여운 잔디 코스터를 선물해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놓지 못한 채로 다시 대바늘을 잡아본다. 나만 귀여운가!
아니 이렇게 귀여운 피규어를 놓으면 얼마나 지브리 같게요? 잔디잔디해.. 근데 실물이 더 반듯반듯하고 예쁩니다 내 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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