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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슈슈 Oct 09. 2022

이렇게 무용한 날

만날 이렇게



동네 제주 흑돼지를 먹었다.

멜젓이 맛이 없었다.

“우리 성산에서 먹었을 때는 맛있었는데!”

비 오는 거리를 산책하려다 추워서 금세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골목에 들어서니 홍콩식 쌀국수 집이 보인다. 다음엔 저길 가야겠다.


배가 부른데 어머니가 자꾸만 부추 오징어 부침개를 구워주신다고 한다.

“정말 배부른데?”

“나 먹으려고 구우니까 옆에서 먹고 싶으면 먹어.”

음식을 해준다고 할 때에는 내가 거들 일이 없어도 옆을 지키고 있는 편. 쇽쇽쇽 굽는 어머니는 수면바지를 입고 있는데 퍽 귀여웠다.


막걸리는 흔들지 않고 윗물만 따라 마신다. 찻잔에 가득 따르면 그게 딱 기분 좋은 정도다. 부침개에 맑은 막걸리를 먹고도 어머니는 고구마를 부쳤다. 참 부침개는 1인 1판을 먹었다. 분명 배가 불렀었다.


배가 가득 부르고 설거지는 아버지가 하신대서 나는 팔자 좋게 늘어져 앉아있다가 설거지가 끝나는 걸 보고 방으로 들어와서 유튜브에서 베스트극장 요약판을 틀어놓고 잔디 코스터나 뜨다가 옆으로 밀쳐놓고 다큐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또 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용한 날

오늘을 잘 기억해서 바쁘고 지친 날에는 위안으로 삼아야지.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 조금 더 바쁜 날도 있는 거고 좀 지치는 날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주워 새길 날.


(그치만만날이렇게살끼다내는)




#단정한100일의반복

#무용

#비오는날

#부침개

#막걸리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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