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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04. 2024

아트 프로그램만 있다면 주말도 가뿐_240601

미국생활 288일 차




집에서도 딸내미는 미술 도구만 있으면 혼자 꽤 잘 논다. 택배 박스만 하나 생겨도 10-15분은 그걸 혼자 칠하면서 노는데, 어디 아트 프로그램에 가서 새로운 도구라도 만나면 1시간은 순삭이다. 오늘은 아트 프로그램을 2개나 가서 하루를 날로 먹었다. ㅎㅎ



1. 휘트니 미술관 오픈스튜디오


한 달에 두 번 정도 비정기적으로 토요일마다 어린이들 대상 아트 프로그램을 한다. 허드슨 강가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룸에서 해서 그냥 그 방에 있는 것만 해도 좋은데, 입장권만 있으면 무료 참여다. 여기 많은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그렇지만. 매 프로그램마다 대상 아티스트가 바뀌고, 그 아티스트의 작품과 비슷한 콘셉트로 아트 프로젝트를 한다.


사진 뒤쪽의 뷰가 진짜 멋지다


뉴욕에 온 지 얼마 안 되고 왔을 때는 영어가 안돼서 단순히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영어가 되니 꽤 주제를 생각하며 그려서 더 재밌었다. 오늘의 작가는 ‘고대 유적들이 하는 얘기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였고, 아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미래 세대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그려봐라’였다. 처음에 어리둥절하던 딸내미도 ‘할머니가 되었을 때 니 손주들한테 줄 편지를 지금 쓰는 거야’라고 했더니 대강 알아들었다. 그렇다고 시킨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룰을 이해하고 나니, 거기에 대한 대화도 하고 프로그램에도 더 잘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나중엔 죽음이 대화의 주제가 되어 애가 조금 울적해했지만, 하늘나라에서 다들 만나는 것으로 무마했다.)


오늘은 특히 좋았던 게 아티스트가 직접 방문을 했다. 아이가 없는 분인지 설명은 쉽게 한다고 하는데도 너무 어려워서 ㅎㅎ 딸내미가 하나도 듣진 않았지만, 설명 이후 아티스트와 같이 음악 작업한 분이 참여를 하면서 아이가 조금씩 관심을 기울였다. 고대 마야 문명을 주제로 한 영상이라 고대 마야 악기를 재현해서 썼다는데, 동물 모양의 피리로 바람 소리를 섞어가며 연주하는 게 우리가 듣기에도 신기했다. 나중에는 인당 하나씩 작은 악기 모형도 나눠줘서 같이 연주하고 놀고. 이런 프로그램이 무료라니. 한국에서는 못 해도 5만 원은 줬을 것 같다.  


저 새모양의 악기를 하나 씩 나눠줘서 같이 합주(ㅎㅎ)를 했다.


그렇게 놀다가 다시 한참을 그림 그리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갔다. 아이는 거의 우리를 쳐다도 보지 않은 덕에 우리도 잘 쉴 수 있었다. 너무 좋아서 연말까지 모든 오픈 하우스 일정을 캘린더에 다 입력해 놨다. 다음에는 이 시간에 남편과 번갈아가며 전시를 봐도 될 것 같았다.


2. 로컬 아이스크림 가게 키즈 아트 프로그램


미술관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바로 2차 장소로 향했다. ㅎㅎ 할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친구 엄마가 한 달에 한 번씩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맞으면 종종 간다. 여기도 매달 다른 아티스트를 주제로 잡아서 프로그램을 하는데, 개인이 하는 거 치고는 프로그램이 괜찮다. 거기 간다고 하니 딸내미도 “파이퍼 엄마는 미술 잘하지”라고 했다. ㅎㅎ 여기는 특히 좋은 게 친구가 있으니 딸내미도 같이 놀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하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그 집 애들과 놀이터에서 더 놀다가 집에 왔다.


끝나고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도 먹고 (엄만 앉아서 지켜만 보면 되고 ㅎㅎ)


아침에 나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때였다. 어디 놀러 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선방한 주말도 드물다. 앞으로 미술 프로그램 열심히 쫓아다녀야지 ㅎㅎ 아이가 크면서 아이가 선호하는 놀이 방향이 생기니 놀리기가 좀 더 수월해지는 경향도 있다. 마침 우리가 사는 곳이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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