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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11. 2024

바이링구얼 딸내미_240609-10

미국생활 296-7일 차



오늘은 등원 직후 가정 별 사용 언어 조사를 했다. 이곳은 워낙 다문화라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이런 조사를 하는데, 조사만 하고 말았던 Pre-K 때와는 달리 Kinder 때는 필요한 아이들에게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는 모양이었다.


공지 메일. 그나저나 6월에 쉬는 날은 왜 이렇게 많은걸까 ㅋㅋ


담당 선생님이 직접 나왔고, 다언어 가족으로 미리 마킹이 되어있던 우리는 설문지 제출 후 짧게 불려 나갔다.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지 테스트를 받고 싶냐고 물었다. 우리가 볼 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담임선생님과도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2시간 만에 얘기를 해보고 전화가 왔다.


“OO 이는 바이링구얼이에요. 테스트할 필요가 없어요.”


이 선생님이 교실에 갔을 때 아이들이 물에 대해 배우고 있었는데 손들고 대답을 척척했고, 친한 친구 누구고 뭐 하고 노는 거 좋아하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잘했단다. 그리고 학교에서 간혹 지나가다 봤는데, 늘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재밌게 노는 모습을 봤단다. (아마 아시안이 워낙 적어서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잘하고 있겠거니 했지만, 확인 도장을 받은 듯해서 안도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이 엄청 낮은 것 같기는 하지만.


딸내미는 요새 엄청난 언어 발달을 보이고 있다. 이 나이 때에는 신체적 성장은 조금 늦춰지지만 그만큼 뇌가 성장한다더니 그런가 싶다. 요즘 딸내미가 밤에 이불에 실수를 가끔 하는데, 얼마 전에는 “뭔가 축축한데?” 하고 주섬주섬 일어나서 빵 터졌다. 이불에 쉬해놓고는 말만 어른스럽다 ㅋㅋ


영어도 마찬가지다. 지난 토요일에 가라테 승급 심사를 했던 동영상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공유했는데, 친정 엄마가 애가 혹시 힘들어할까 봐 걱정을 했다.


엎드려서 왼쪽 오른쪽 어깨 번갈아가며 터치하기 중 ㅋㅋ 뭘 하든 이악물고 하는것 같긴 했다 ㅋㅋㅋ


영상통화를 하면서 애한테 안 힘드냐고 물어보니 ‘하나도 안 힘들고 재밌다’라는 대답이 돌아갔다. 그런데도 친정 엄마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나중에라도 힘들면 언제든 그만둬도 돼”라고 두세 번을 연거푸 당부를 하니 아이가 “That’s not kind. (그렇게 말하는 건 친절하지 않은 거야)”라고 얘기했다. ㅋㅋ 자기는 재밌다는데, 계속 부정적인 뉘앙스로 얘기하는 건 매너가 없단 얘기였다. ㅋㅋ


이젠 한글/ 영어로 가정법도 사용한다. 딸내미의 언어가 엄청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자니, 외려 내가 충분히 뒷받침을 못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나이대에 뭘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 돌아가서도 어떻게 하면 영어를 계속 유지하게 도와줄지도 고민이고. 흠.


여기선 노는게 영어 느는 길이니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늘도 하원길에 단체로 신나게 놀이터 가는 아이들. 유독 신난 딸내미 (오른쪽 팔랑이)


하지만 딸내미가 미국서 이렇게 적응하는데 딱히 내 고민이 도움이 되질 않았다는 걸 돌이켜 보면, 앞으로도 딸내미가 알아서 되는 만큼 잘 해나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런 생각에 쓸 에너지를 아껴서 딸내미랑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노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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