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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18. 2024

놀기 좋은 뉴욕의 여름_240615-16

미국생활 302-3일 차



다들 뉴욕의 여름이 그렇게 좋다던데, 나는 사실 그다지 긍정적인 기억이 없다. 작년 여름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몇 주에 걸쳐 벌레와의 사투를 벌였고, 대학생 때 무작정 뉴욕에 한 달간 놀러 왔을 때는 옥탑방에서 선풍기도 없이 쪄 죽고 있었다… 둘 다 다시 돌아봐도 괴롭다.



하지만 이번 주말을 보내보니 다들 어떤 맥락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알 것 같다. 이제 딸내미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고 방학까지도 휴일이 많다.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해 계획을 짜는데, 확실히 이벤트나 갈 만한 곳이 많아져서 계획하기가 조금 더 편해졌다. 원래도 뉴욕이 그렇지만 여름을 맞아 다들 더 열심히 행사를 하는 느낌이다. 우리가 한 건 이런 것들.





1. 토요일 1차 - 가라테 센트럴파크 피크닉


딸내미가 다니는 가라테에서 센트럴파크 피크닉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쫄래쫄래 가봤더니 30분쯤 가볍게 가라테를 하고, 알아서 노는 프로그램이었다. 여름날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피크닉 하는 느낌도 좋았고, 딸내미가 가라테에 집중하는 걸 보기만 하는 것도 좋았고 ㅋㅋ 피크닉 타임에는 가라테 같은 반 친구랑 알아서 뛰어노는 것도 아주 좋았다 ㅋㅋ


혼자 딴 방향으로 턴한 딸내미, 귀요미 ㅋㅋ 우리 손 안 타고 있을 때가 젤 귀엽다… ㅎㅎ


가라테를 겨울부터 다녔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여름이라 바깥에서 가볍게 만나기 좋아서 그런 것 같다.


2. 토요일 2차 - MOMA(뉴욕 현대 미술관) Family Art Making


물론 MOMA에서는 주말에도 어린이 프로그램을 많이 하지만, 연휴가 겹치거나 여름에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해봤자 한 달에 한 번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는데, 오늘은 2개나 있었다. (2개 다 갈까 하다가, 가라테 피크닉을 가느라 이것만 참여했다.) 가라테 피크닉이 끝나고도 한참, 그러니까 같이 놀던 친구가 피곤해서 더 이상 같이 못 놀 상태가 될 때까지 ㅋㅋ 놀다가 MOMA로 바로 향했다.


친구네 피크닉 매트가서 노는 중 ㅋㅋ


간단하게 어떤 현대 미술 작가의 전시를 보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려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보통은 도구들이 화려하게 준비되는데 오늘은 색연필 하나밖에 없긴 했지만 아트 프로그램이면 다 좋아하는 아이는 1시간 가까이 잘 놀았다.


집에도 종이랑 색연필은 있는데 어쩐지 나와서 별도 프로그램을 하면 더 집중하는 느낌. 집에 혼자 있어도 굳이 도서관에 나와서 공부하는 거랑 같은 건가 ㅎㅎ


그리고 이번에는 Pride 기간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걸 홍보하는 기간) MOMA가 그간 기부받은 책 중에 다양성 관련된 책들을 프로그램 내에서 무료로 나눠줬다! 이 프로그램 자체도 무료인데 책까지 주다니.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면 티켓을 무료로 준다.) 3권이나 받아왔는데 미술관에 기부된 책이라 그런지 그림들이 다 예뻐서 딸내미가 좋아한다 ㅎㅎ



 3. 일요일 - 거버넌스 아일랜드 피크닉


나는 봄학기에 학교에서 단체로 한 번 가봤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가족들이랑 또 왔다. 그때는 평일 오후라 그런지 휑했는데 이번에는 섬 전체가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바글바글했다. 요즘에는 (그리고 여름 내내)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각종 이벤트나 축제도 열리는 것 같았다.


여름에는 각종 푸드트럭들도 연다


남이섬 같이 섬 전체가 나들이를 위한 장소로 꾸며져 있는데, 맨해튼에서 페리로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까워서 좋고, 그래도 잠깐 페리를 타니까 뭔가 특별히 이동하는 느낌도 좋고, 섬 자체도 좋았다.


놀이터도 네개나 있고


산책도 조금 하고, 조망대 언덕 같은 곳에 올라가서 주변 풍경도 보고 (맨해튼/ 뉴저지/ 스태튼 아일랜드 등이 다 한눈에 보이고, 자유의 여신상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땅이라고 한다.), 놀이터에서 애도 실컷 놀았다.

뉴욕에 산지 300여 일만에 드디어 자유의 여신상 실물을 만난 딸내미 ㅎㅎ



우리나라는 봄가을이 피크닉 주간인데 여기는 그게 여름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단 여름휴가가 길고 아이들 방학도 무지막지하게 길어서 (6월 중순 - 9월 초)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놀기 좋아서 봄가을 좋아하는 느낌으로 여름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애랑 방학을 보내는 게 쉬운 건 아닐 것 같다. ㅋㅋ 여기선 뚜벅이라, 실내를 갈 때도 어쩔 수 없이 바깥의 후덥지근한 공기를 쐴 수밖에 없다. 지하철도 냉방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애는 주말에 밖에서 놀고 다리가 벌겋게 익어버렸다. 나도 뻗고 남편도 엄청 피곤해한다. (남편은 이게 패턴이긴 하다. 애가 긴 휴일이 있으면 내내 피곤해하다가, 휴일 끝나면 체하기 ㅎㅎ. 나도 애 휴일 끝나면 종종 아팠고.)


남편은 여름에 서머캠프 안 보내도 어떻게든 데리고 놀 수 있다던데, 그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 나만 손해일 것 같다. 얼른 이것저것 등록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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