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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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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31. 2023

이번에는 똥파리다

미국 생활 10일 차



오늘쯤에는 IKEA 가구를 조립한 일기를 쓸 줄 알았다. 어제 IKEA 가구가 도착해서 어젯밤에 낑낑대며 집 안으로 들여놨고, 오늘 아침에는 포장도 다 뜯어놨다. 조립을 할까 하다가 우선 잠깐 외출을 하고 돌아왔는데...


이걸 조립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똥파리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겁도 없는 이 놈들이 막 내 얼굴로도 달려들었다.


아... 정말 이젠 할 말도 없다. 처음에는 베드버그 (로 의심했으나 아마 모기떼), 그다음에는 바퀴벌레, 이제는 똥파리라니. 엊그제부터 똥파리가 서너 마리 날아다니길래 현관문을 열 때 들어오거나 한 줄 알았다. 모기떼의 습격 이후 방충망은 내가 하나하나 확인을 했고, 부서진 건 수리를 요청하고 멀쩡한 것만 열어두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제는 열 마리 정도가 되어 슬슬 걱정이 되더니 오늘은 드디어 수십 마리가 되었다.


가구 조립이고 말고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똥파리를 때려잡기 시작했다. 이건 무시하고 잘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파리채도 없어서 신고 있던 슬리퍼로 때려잡았다. 처음에는 한 마리 잡는데도 한참 걸렸는데, 서른 마리 가까이 잡다 보니 이제는 날아다니는 똥파리도 몇 마리는 잡았다. 슬리퍼로 잘 맞춰서 때린 후 기절해서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죽였다.


똥파리는 어찌나 끈질긴지 잡았다고 방심하고 다른 데를 보고 있으면, 분명 한 군데가 뭉개졌는데도 꾸물꾸물 움직였다. 그러다 다시 나는 똥파리들도 있었다. 몇 번 당하고 나서는 휴지를 대고 꾹 눌러서 죽였다. (여기 오기 전의 나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미국 똥파리는 어찌나 큰 지 죽이면 피도 나왔다.


기숙사에 또다시 Pest Control도 요청했다. 이 정도면 어디 쥐 사체라도 있을 것 같긴 한데 ㅠㅠ 집에서는 본 게 없다. 문 틈이나 하수구 같은 곳을 들여다봐도 나는 잘 모르겠더라.


바닥에 틈이 엄청 많다. 몇 군데는 보수를 했는데 아직 한참 남았다…이런데서 기어나오는걸까 ㅠㅠ


아침에는 샤워기 필터도 달았다. 놋물이 있을까 봐 한국에서부터 쓰던 걸 들고 왔다. 첫날 시도하다가 샤워기가 뻑뻑해서 잘 안되길래, 혹시 잘 못 건드렸다 고장 낼까 봐 남편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맨날 놋물에 씻다 보니 몸이 가려운 느낌이라 달았다. 뿌듯하게 샤워를 하는데 하자마자 필터 색깔이 벌겋게 변했다.


ㅠㅠ


기숙사는 창이 다른 건물 벽을 향하고 있어서 집 안에서는 날씨도 알 수 없다. 창문 앞에는 다른 건물 환풍기가 있어서 시끄럽고 창문을 열기도 거북스럽다. 게다가 이런 녹물과 해충과... 그런데 월세는 300이 넘는다. 진짜 졸업하면 반드시 새 집에서 살 거다. 통근 거리가 멀든 어쨌든 무조건 새 집 우선이다.


 

그 다음날 아침(지금). 지저분한 꼴을 많이 본 집에서는 도저히 아침을 먹을 수가 없어서 학교로 나왔다. 날씨가 끝내준다. 거의 밖에 나와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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