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Aug 31. 2023

미국 대학원 오리엔테이션

미국 8-9일 차



개강을 앞두고 이틀에 걸쳐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학생 규율, 도서관 이용법, 학점 이수, 학교 문화, 다양성 존중 등 각 세션별로 담당자가 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매우 재미없었다. 회사였으면 더 멍 때렸을 텐데, 그래도 낯선 곳에서 놓치는 게 있을까 봐 나름 열심히 들었다. 우리나라나 여기나 오리엔테이션의 구성은 비슷했다.


나중엔 허리가 아팠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은 학생들이 열성적으로 네트워킹 한다는 점이었다. 눈만 마주치면 얘기를 시작하는데 낯설었다. 출장을 갈 때 네트워킹하는 일은 있었지만, 즉각적인 목적 없이 하는 네트워킹이라니. 나의 (한국) 대학교 오티 때도 이랬나 떠올려보았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 않았다.


재밌는 건 그래도 비슷한 인종끼리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백인, 흑인, 남미, 아시안 이렇게. 나는 아시안 쪽이었지만, 유일하게 중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인들 무리에 완전히 속하진 않았다. 유일한 홍콩 여자애 하나, 다른 중국인들과 조금 다른 차림새의 NYU 상해 캠퍼스 출신이라는 여자애 하나, 백인들 사이에 고립되어 있던 흑인 여자애와 첫날을 같이 보냈다.


이튿날은 조금 더 네트워킹이 진행되면서 다른 무리들 간에도 조금 더 적극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인사와 기본적인 소개 외에 대화를 오래 이어나가지 않는 느낌도 약간 든다. ㅎㅎ


학교 문화 행사 담당자? 시간에는 이런 사진도 찍었다. 이 분도 일하기 빡실 것 같다 ㅎㅎ


그래도 한국은 누구나 와보고 싶어 하고 나는 특히 관련 업계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은데 (다들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한다.) 중국인들은 정말 동떨어짐 느낌이었다. 우선 그들부터가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


물론 구분이 인종만으로 지어지진 않는다. 학생 중에 세 명 정도 눈에 띄게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주로 따로 떨어져 있었다. 실은 나도 그들과 나이가 가까운데 동양인이라 나이 티가 잘 안나는 것 같다. (휴우)


무리 지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일단 비슷해야 말하기가 편하다. 언어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버티고 앉아 있었더니 진이 다 빠졌다. 한국에선 할머니 장례식이 진행 중이라, 딱히 네트워킹 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기도 했고.


오리엔테이션 내내, 넥스트를 위해 네트워킹을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던데 이렇게 해서 친구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새 일자리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아직까진 너무 까마득해서, (게다가 비자받기도 어려워 보이고) 다니던 회사를 꽤 긍정적인 마음으로 돌아보기도 했다. 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