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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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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29. 2023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미국 7일 차 저녁



한국 시간으로 아직 이른 아침, 가족 카톡창이 울렸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출국 이틀 전에 부모님 댁에 계신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포장해 간 킹크랩과 랍스터를 맛있게 드셨고, 내게 용돈까지 쥐어주며 잘 다녀오라고 하셨었다. 노환이 심하셨던 터라 다시 뵙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당황했다.


나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여기 남았다. 그래놓고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가족들이 슬퍼하고, 장례 준비로 바쁠 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회사와 연계된 장례 서비스를 알아보고, 장례식장이 정해지기까지 기다렸다가 회사 복지품인 화환이나 조문용품을 바로 신청하고, 가족들에게 간간히 연락을 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사소한 일들이었다. 할머니 가시는 길을 직접 배웅하지 못하고, 맏아들로 장례를 이끌어야 할 아빠를 옆에서 챙겨주지 못한다. 외국에 산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곧 있을 동생의 결혼식 때도 나는 미국에 있을 예정이다. 내 출국을 2-3주 앞두고 결정한 결혼이라 동생도 부모님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이 또한 마음이 불편하다. 가지 않기로 한 건 내 결정이기도 하지만, 나도 동생 결혼식에 참여하고 싶고 혼주인 부모님 옆에서 이것저것 돕고 싶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하는 옛 말이 자꾸 떠오른다. 멀리 있는 가족은 가족의 몫을 해내기 어렵다.


할머니는 장례식장으로 가기 전에 간호사실 뒤쪽에 가족들과 잠깐 계셨는데, 잠깐 영상 통화를 했다. 할머니가 너무 곱고 편안하게 누워 계셔서 엉엉 울었다.


할머니,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세요. 보고 싶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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