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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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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28. 2023

뉴욕 산책

미국 7일 차



하루에 한 번, 한 군데씩 방문하고 있다. 엊그제는 MOMA에 갔다. 13년 전 홀로 뉴욕 한 달 살기를  했을 때 자주 왔던 곳이다.


MOMA 안에서의 나는 13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그때와 같이 초입의 현대 미술 작품들 사이에서 어버버 하다가 모네 작품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안정을 찾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모네의 그림에 사로잡혀, 방 한가운데의 소파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모네의 그림 사이에 앉아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건 (그것도 한국보다 덜 번잡한 전시장에서!) 뉴요커의 특권이라고, 또다시 생각했다.



혼자라는 점도 집이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도 그때와 같지만, 달라진 점도 많다. 곧 가족이 올 거고, 커뮤니티(학교)가 생길 거다.


입장하는 과정도 달랐다. 13년 전에는 수요일 저녁 무료입장일 때 자주 왔었다. 이번에는 회사 덕분에 corporate membership으로 입장했다. 개관시간에 맞춰 왔음에도 입장 대기 줄이 500명은 넘게 있었는데, 나는 membership 덕분에 바로 입장했다.


저 뒤쪽으로도 줄이 한참은 늘어서 있었다.


주말에는 멤버 전용 가이드 투어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며 회사의 힘을 느낀 적이 많긴 했지만, 회사와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회사의 덕을 보니 신기했다. 회사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고인 물다운 생각을 했다.


이런 작품들을 한국보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볼 수 있다니!


가족도 회사도 진학도 지난 13년 사이의 변화다. 큰 일 없이 매일매일을 그냥 보낸 것 같은데, 실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오늘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브루클린도 갔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스위니 토드를 봤다. 13년 전에 빌리 엘리엇과 멤피스를 봤을 때는 ‘한국 뮤지컬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버금가는데?’라는 생각을 해서 엄청 기대하진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할 만큼 좋았다. 노래도 연기도 무대도 압도당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연출가와 배우가 참여했다더니 월드 클래스는 다른가 싶었다. 운이 좋아 30불 내고 444불짜리 비싼 자리에 앉았는데 그 영향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2층 1열 거의 가운데 자리!


브루클린은 얼른 아이와 다시 오고 싶었다. 날씨도 너무 좋고, 공원에서 보이는 맨하탄이나 브루클린 브릿지의 풍경도 멋지고, 놀이터도 군데군데 있다. 그냥 돗자리에 먹을 거 조금 들고 나와서 하루 종일도 있을 수 있겠다.


좋다좋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건데 뉴욕 공기가 정말 좋다. 미세먼지가 없다. 아이 아토피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더 올라온다. 와서 아이 피부가 좋아지면 소원이 없겠다.


맑다 맑아


뉴욕은 풍경이 굉장히 다이내믹하다. 한 공간에서 고개만 돌려도 초고층 빌딩, 공원, 오래된 교회 건물, 그라피티 가득한 컨테이너 박스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모두 911메모리얼 파크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


건물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반적인 풍경이 보이는 건 그만큼 내가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인 것 같다. 지난 13년 간 서울이 급변한데 비해서 뉴욕은 변화가 적고, 출장으로 왔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잘 적응해서 가족들을 맞이해야지. 가족들이 보고싶다. (남편도 이정도면 최소한의 준비는 된 것 같고 이제 그만 미국으로 오고 싶단다. 먼저 와서 준비하는, 떨어져 있는 기간은 일주일이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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