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1일 차
이케아 가구 조립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이케아 제품을 쓴 적은 있었지만 조립은 남편 몫이었기 때문에, 첫 조립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산 테이블, 의자, 책상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잘 안되면 품목 당 30불가량 씩 주고 조립서비스를 쓸 고민도 했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ㅎㅎ 오래간만에 레고 하는 느낌도 나고 할 만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나에게도 테이블과 의자가 생겼다! 조금 전에 파리와 바퀴벌레 시체를 치워낸 맨바닥에서 밥을 먹는 것과 테이블에 앉아서 밥 먹는 건 천지 차이다. 정말 행복하다. 머리를 말릴 드라이어나 냉동식품을 조리할 전자레인지가 왔을 때, 기본적인 식료품을 샀을 때도 이런 행복감을 느끼긴 했는데 이번이 진짜 끝판왕이었다. 드디어 보통의 자취생 레벨까지 올라온 느낌이다. 이 정도면 살만하지.
이제 똥파리만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 우선은 페스트 컨트롤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행히 창문을 하루 종일 닫고 있었더니 똥파리가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창문을 열 때마다 방충망 상태를 확인했는데, 방충망 수리할 때 많이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바깥에는 확실히 똥파리가 많은 것 같은데, 죽은 쥐가 있거나 하면… 페스트 컨트롤에서 어떻게 해주겠지 ㅠㅠ
똥파리, 빈대 의혹, 놋물, 바퀴벌레 등 새로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기겁을 하고 있다. 물론 똥파리 수십 마리가 집에 날아다니고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냉장고에 죽어 있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일 수밖에 없지만 ㅠ 나도 평소보다 더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은 내가 자꾸 급발진한다고 한다. ㅎㅎ)
원래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한 거라고 나를 다독여가며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 잘 먹고 잘 쉬면서 에너지와 여유를 잘 비축하며 지내야지. 오늘은 (결국 오지 않은) 페스트 컨트롤을 기다리며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왜 시간을 정하고 오지 않는 것인가!) 내일은 메모를 남겨두고 나갈 셈이다. 햇빛도 쐬고 커피도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