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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02. 2024

프라이드먼스_240628-30

미국생활 314-6일 차




이번 달은 프라이드먼스(Pride Month)였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는 한 달이다. 뉴욕은 특히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촉발된 곳이라 그런지 프라이드먼스를 축하하는 곳이 진짜 많았다.


우리 학과 건물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옹호하는 의미를 지닌 무지개 깃발을 휘감아 놨다. 동네 도서관에서도 유리창에 프라이드먼스임을 써붙이고 관련 책들을 전면에 전시해 뒀다. 동네의 게이바는 평소보다 더 큰 무지개 깃발을 걸어놨다. 전에 MoMA(현대 미술관)에서 키즈 아트 프로그램을 참여했을 때도 프라이드먼스라고 무료로 책을 나눠줬었다. 나눠준 책도 프라이드먼스와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어 한 책의 제목은 ‘I love my moms’다. (레즈비언 커플이 키우는 아이 얘기)


가게들도 이 시즌을 놓치지 않았다. 도넛을 사러 갔더니 ‘다양한 색깔의 도넛으로 프라이드먼스를 기념하라’고 써붙여놨고, 그릇 가게에 갔더니 다양한 컬러의 그릇을 믹스 매치해서 프라이드를 보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이 사진 예전 일기서 썼던 것 같기도..


이번 금~일은 시험도 끝났겠다, 더더욱 부담 없이 딸내미를 쫓아 맨해튼을 다녔는데, 이번 주말은 프라이드먼스의 마지막 주말이라 각종 퍼레이드도 열리고 해서 그런지 그런 분위기가 유독 더 느껴졌다. 금요일에는 유니온스퀘어의 놀이터에서 놀다가 피자를 사 먹었는데 피자 가게도 온통 다양성 깃발을 휘감고 있었고, 토요일에는 휘트니 미술관에 갔는데 미술관 샵에도 프라이드 먼스 기념품들이 가득했다.


요건 너무 예쁘더라


히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있었다. 여느 때처럼 딸내미는 길을 걸으며 바닥에서 나뭇가지 등을 주워 모았다. 그러다가 작은 무지개 깃발을 잡아서 신이 나서 흔들어 댔다. 딸내미가 좋아하는 막대기에 무지개까지 더해졌으니, 딸내미에겐 그 보다 멋진 수집품이 없었을 거다. 이건 또 어디서 난 건가 하고 주변을 훑어보니 앞에 인터뷰를 하던 사람들이 딸내미를 뚫어져라 봤다. 나는 그 사람들 물건인 줄 알고 가서 혹시 당신 거냐고 말을 붙였는데 아니었다. 단순히 퍼레이드 중 떨어진 깃발이었던 것 같고, 그 사람들은 딸내미가 좋은 그림이 되겠다 싶어서 쳐다본 것이었다. 미국의 주력 언론인 CBS 저녁 11시 뉴스 기자들이었는데, 얼결에 인터뷰를 했다. 딸내미만 찍나 싶어서 옆에서 구경하려고 폼을 잡았더니 리포터가 ‘프라이드먼스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긴장해서 약간 버벅거렸다. ㅋㅋ 혹시 나는 편집되었어도 딸내미는 꼭 나왔을 것 같은데 온라인에 올라오면 꼭 찾아봐야지.




다니면서 계속 무지개 깃발과 프라이드라는 말이 보이니 아이에 대해서도 계속 관련해서 설명을 해주게 된다. 덕분에 딸내미도 조금 더 이런데 대한 인식이 생긴 것 같고. 미국은 생각보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양성에 대한 강조가 꼭 필요한 것 같은데 (뉴욕인데도 그런 느낌을 종종 받는다), 이런 기간이 있어 좋은 것 같다. (다른 지역은 뉴욕만큼 크게 기념하지는 않는 것 같기는 하다.)


5월은 사실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및 태평양 헤리티지 기념 달이었는데, 프라이드 먼스 같은 느낌은 없었다. 도서관이랑 온라인 아시안 마켓에서 그런 달임을 알려준 게 다다. 아시안으로서 이 기간도 조금 더 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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