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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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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29. 2024

사서 고생 끝_240627

미국생활 313일 차



드디어 고생고생하며 듣던 에너지 수업이 끝났다. 학점은 이미 다 채워서 들을 필요가 없었고, 미리 수강한 사람들이 힘들다고 극구 말렸고, 정 듣고 싶었으면 청강하는 옵션도 있었지만 굳이 강행해서 듣는 내내 조모임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그리고 오늘 기말고사를 봤고, 장렬히 전사한 것 같다. (결과를 보지 않아도 망한 것 같다 ㅎㅎ)


난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내 맘대로 인 구석이 있어서, 대학 때도 이랬다. 남들은 학점 잘 주는 수업이나 편한 수업 들을 때, 굳이 철학과나 정외과 전공 수업, 그것도 3-4학년 용 심화 수업을 교양으로 듣곤 했다. 그리곤 학점을 망쳐서 지금 다니는 회사 입사 시험을 봤을 때도 ‘학점이 왜 이렇게 낮나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하지만 기왕 낸 학비로 어차피 듣는 수업,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게 좋다. 이 수업은 인기 수업이라 대학원 과정에 들어와서부터 줄곧 노렸는데 내내 수강신청에 실패했다가 여름학기가 되어서야 들을 수가 있었다.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 엄청 많았고 과제도 많아서, 6주 간은 거의 이 수업에만 집중한 것 같다. 그래도 무지렁이였던 에너지 시스템 전반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하고 나 나름의 생각도 해볼 수 있게 되어서 좋다.


그래서 이번주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데이트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로 대체 ㅎㅎ


교수가 투자 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 그 관점에서 에너지 문제들을 푸는 것도 좋았다. 예를 들어, 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 에너지보다 투자 Risk가 더 적은 편이고, 그래서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이 있다고. 에너지 산업은 투자가 많이 필요한 산업이라 (risk 계산들만 제대로 한다면) 이게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스스로 시장을 해석하고 예측하라는 독려를 계속하면서, 본인도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오일 가격이 앞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해석한다던지) 자극도 많이 됐다.


그렇게 생각하는 연습을 자꾸 시키니, 내 약한 점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수업에서는 글로 내 분석을 쓰고 펼칠 일이 많았는데, 그게 나는 진짜 약하다. 회사에서 분석을 많이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향성이 정해진 게 있고 거기에 내가 이미 있는 분석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나 스스로 생각을 하라고 하면 진짜 막막하다. 시험 문제도 그런 맥락들이라… 필연적으로 망했다. ㅎㅎ 그래도 이런 연습은 계속해보고 싶다.


망해서 즐거웠다. 고통스러웠지만 잘 고통스러웠다. 이 수업을 듣는 동안 그만큼 육아를 더하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남은 여름 학기에는 프로젝트 하나와 태교용으로 신청한 (ㅎㅎ) 교양 강의 하나만 남았다. 딸내미도 방학했겠다,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여름 뉴욕을 누벼봐야겠다.


다음날 바로 놀러간 얘기는 내일 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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