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43일 차
오전에는 둘째를 데리고 샬럿네에 다녀왔다. 원래는 애들이 친구지만 최근 같은 시기에 아기를 낳은 인연으로 이젠 그 집 엄마와 내가 친구가 되어서 집에도 초대받았다. 친분이 생긴 첫째 친구 엄마들이야 많지만 이렇게 따로 만나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전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주로 아기들 크는 얘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각자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다. 직장 내 유리 천장과 남녀 차별에 대해 얘기하는데 어쩜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더라. 누구나 팀장 감으로 생각한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만 좋은 남자 직원이 팀장이 되었다던지, 드물게 여자 임원이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이 여자 후배들을 견제해 여자들에게 더 박하다던지. 우리 회사 얘긴 줄 알았다. ㅎㅎ
그리고 한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아기 엄마로서의 고민도 똑같고. 커리어를 더 열심히 추구할 건가 가족에 집중할 것인가. 왜 우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나.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커리어와 가정,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작)에서도 많이 다루는 얘기라 책 추천도 해줬다. 둘 다 수유 중이지만 가끔 술을 한 잔씩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해서, 다음에는 애들 학교 간 사이에 바에서 만나 한 잔 하기로도 하고. 회사(사회) 욕에 책 추천, 술 얘기까지 진짜 친구다.
공통점이 있고, 공감대를 나눌 때 사람은 가깝다고 느끼고 편해지는 것 같다. 최근에 파이퍼네 엄마랑 남편 욕 나누면서도 그랬고. ㅎㅎ 여기 와서 2000년 생들과 공부하면서는 그런 적이 별로 없어서, 이런 기분들이 더더욱 반갑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들과 멀어질 텐데 그게 아쉽고, 다시 이런 관계를 수립해 나갈게 걱정된다. 한국에 가서도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우리는 언제 한 동네에 정착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 선택으로 돌아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이젠 얼른 정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