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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번가 그린마켓

먹은 기록

by 솜대리 Dec 04. 2024



뉴욕 자연사 박물관 근처에는 일요일마다 그린마켓 (파머스마켓)이 열린다. 거기서 사 먹은 것에 대한 기록.


이 그린마켓은 정말 잘 된다. 일요일 아침 9시에 오픈하자마자 가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유니온스퀘어 그린마켓에서도 줄 선 건 본 적 없는데. 그 줄에 홀려서 여길 이용하기 시작했다.


빨간 차양 가게까지 늘어선 줄이 이정도빨간 차양 가게까지 늘어선 줄이 이정도


줄 서는 가게는 꼭 정해져 있다. 야채 가게, 정육점, 유제품, 빵집 한 군데씩. 내가 가는 곳은 유제품집과 빵집. 두 군데 다 사 먹는 것마다 맛있었다.





[유제품 가게 - Ronnybrook]


여기 유제품은 진짜 신선하고 고소하다. (위 사진의 대기 줄이 이 집 줄이다.) 뉴욕주는 원래 유제품이 유명하다. 이곳 토양에서 자란 목초가 진짜 좋아서, 이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우유가 유독 고소하고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유제품 기업 초바니도 뉴욕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유제품 가게는 자기 우유나 요거트를 ‘Creamline’이라고 브랜딩 했는데, 진짜 제품이 크리미 하고 맛있다. 특히 우유는 균일화를 안 거쳐서 가만히 두면 크림층이 분리되어 두꺼운 크림라인이 병에 생긴다. 꾸덕하면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기본적으로 신선한 맛이 느껴져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심지어 여기 까망베르 치즈도 느끼하지 않다. 까망베르나 브리는 느끼하고 텁텁한 맛이 있기 쉬운데. 직원이 자기네 까망베르가 자기가 먹어본 프랑스 밖 까망베르 중 최고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할 만했다.

치즈가 신선한(?) 느낌이다.치즈가 신선한(?) 느낌이다.


겨울 시즌 상품인 에그노그도 진짜 맛있다. 에그노그는 북미에서 겨울에 많이 먹는 유제품 + 달걀 + 각종 겨울 향신료 (넛맥, 시나몬 등)의 조합인데, 기본적으로 텁텁한 맛도 없고 향신료도 엄청 균형을 잘 잡았다. 보통은 묵직해서 저녁에 술이랑 섞어서 먹는 음료인데 아침에도 정신 차리기 용으로 한 모금하기 좋다.


이미 한모금 하시고 볼 일 다봐서 지도 보고 있는 딸내미 ㅎㅎ이미 한모금 하시고 볼 일 다봐서 지도 보고 있는 딸내미 ㅎㅎ


딸내미도 여기 우유와 다른 우유를 구별해 낸다. 한 번은 속였는데도 속인 걸 알아냈다.


우유의 신선한 맛은 상콤한 요거트에서 극대화된다. 시판 요거트는 단 맛이나 토핑이 없으면 맛이 심심한데, 여기 요거트는 그 자체로도 신선 상큼하고 맛있다.


저지방 우유나 요거트 먹다가 전지 우유/ 요거트 먹으면 기름지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여기 전지 우유/ 요거트는 전혀 안 그렇다.저지방 우유나 요거트 먹다가 전지 우유/ 요거트 먹으면 기름지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여기 전지 우유/ 요거트는 전혀 안 그렇다.


가염버터는 내 기준에서 짠맛이 살짝 부족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버터라기보다 신선한 크림을 꾸덕하게 만든 느낌이다. (사실 그게 버터긴 하지만 그만큼 신성한 느낌이다.)


통에 처덕처덕 넣은 듯한 저 느낌도 왠지 농장 표 같고 좋다 ㅋㅋ  (기계로 담았겠지만...)통에 처덕처덕 넣은 듯한 저 느낌도 왠지 농장 표 같고 좋다 ㅋㅋ  (기계로 담았겠지만...)



[베이커리 - She-wolf]


아직 딱 하나, Classic Batard를 먹어봤다. 밀, 발아 보리, 스펠트 가루로 만든 사워도우 빵이다. 겉의 크러스트는 정말 바삭하고 속은 보들보들하다. 사워도우 100%는 아닌지 사워도우 맛이 그렇게 강하지가 않아, 강한 사워도우 맛은 싫어하는 남편과 딸내미와도 잘 먹었다. 앞의 유제품 가게에서 산 가염버터를 드우움뿍 발라 먹으면 진짜 맛있다.

사실 버터 듬뿍 바르면 무슨 빵이 맛 없겠냐마는 ㅎㅎ사실 버터 듬뿍 바르면 무슨 빵이 맛 없겠냐마는 ㅎㅎ

뭘 살까 고민하다가 앞사람한테 물어보니, 갑자기 앞 뒤에서 다들 이 빵을 사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 ㅋㅋ 거의 다른 빵을 살 수 없는 분위기 ㅋㅋ


알고 보니 이 가게는 작년 음식 관련 상으로 유명한 제임스 비어드 재단의 뛰어난 베이커리(outstanding bakery) 상의 세미 파이널리스트였단다. 다음에는 옥수수 가루를 섞어서 만들었다는 식빵을 사 먹어볼 셈이다.


먹는 것마다 맛있다는 내게, 남편은 구매할 때의 여러 긍정적인 경험 때문에 내가 더 이런다고 했다. 구매 경험이 제품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마케팅 정론이지만, 일단은 부정했다. 내 입맛은 정확하다고. 하지만 이 글을 쓰며 알고 보니 위의 빵집은 전에 살던 동네의 그린마켓에도 와서 내가 사 먹어본 곳이다. 그때도 맛있다고는 느꼈지만 다시 가지는 않았다... 재구매에는 확실히 구매 경험이 영향을 미치는 걸 직접 경험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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