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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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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Dec 10. 2024

MET 도슨트 투어_241209

미국생활 466일 차



매주 한 번씩 박물관에 가겠다고 매번 결심하는데 평균 3주에 한 번 정도 가게 되는 것 같다. 이번주는 비 예보가 많지만 이제는 뉴욕 체류가 진짜 얼마 남지 않아 아침부터 MET으로 달렸다.


말 그대로 달려갔다. 센트럴 파크만 건너면 바로 MET이고, 매일 조깅하면서 지나가던 곳이다. 매번 수유 시간에 걸리거나, 너무 오래 집을 비우는 것 같아서 가고 싶다, 가고 싶다 하면서 지나 만 갔는데, 드디어 들어갔더니 작게나마 소원성취하는 기분이었다.


센트럴 파크를 건너가는 중. 그러고보니 어느덧 겨울이다.


MET은 도슨트 투어가 하루에도 열 번씩은 있다. 하이라이트 투어, 유럽 회화 투어, 이슬람 예술 투어 등등. 나는 처음이니까 하이라이트 투어를 선택했다. ‘컬러’를 모티브로 고대 그리스, 이슬람,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1시간 동안 6개의 작품을 봤다.


혼자 볼 때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수이지만 도슨트를 들으면 작품을 깊게 볼 수 있어서 좋다. 예를 들어 반고흐의 그림에서 노랗게 물든 들판에 대비되는 붉은 꽃을 그려 일부러 시선을 머무르게 했다던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과학자 겸 징세인 라부아지에의 초상은 원래는 일반적인 포멀 한 초상화였지만 처형 후 일부러 과학자의 면모를 강조하는 그림으로 덮어씌웠다든지. 도슨트를 통해 알게 되는 것도 많고, 그 그림을 오래 보면서 느끼는 것도 더 많다.


  

터키 용병을 그린 이 그림에서는실크와 모직의 질감에 사로잡혀 한참을 봤다. (이 용병이 그다지 용감해 보이지 않는 건, 용병의 용품을 작가가 사서 모델에게 입혀 그려서 그렇단다.)


도슨트는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는 할머니였다. 뉴욕은 도슨트가 동네 노인 분들인 경우가 참 많다. 동네 노인 분들이 나오시면 그분들이 살면서 겪은 그 건물의 변화와 동네의 역사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런 자리가 더더욱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딱 도슨트만 듣고 왔다. 왕복 시간까지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2시간 정도 짬이 날 때 걸어서 MET에 가 몇 작품만 깊게 보고 오다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아이 겨울방학을 제외하면 뉴욕 체류는 딱 다음 주까지다. 한 번 더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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