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65일 차
아침, 저녁으로 손님을 두 번 치렀다. 아침에는 대학원 동기가, 저녁에는 친구네 부부가 다녀갔다. 대학원 동기도 나 가기 전에 얼굴 보겠다고 왔고, 미네소타 사는 친구네 부부도 나 있을 때 뉴욕에 한 번 온다더니 진짜로 왔다.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아 얼굴 볼 사람이 많다. ㅎㅎ
아침에 온 동기는 이탈리아계 호주인이다. 우리가 귀국하기 전에 우리 가족을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식 크리스마스케이크인 파네토네와 첫째 줄 초콜릿까지 사들고 왔다.
이 동기는 내가 처음으로 친해진 이탈리아계 사람인데, 굉장히 친절하고 가족적이다. 아무래도 어떤 나라에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면, 그 사람의 이미지가 그 나라의 이미지처럼 되곤 하는데 덕분에 이탈리아의 이미지가 내게 아주 좋아졌다.
미국에서 다른 외국인들을 만나는 건 아주 재밌다. 미국, 한국을 넘어서 또 다른 나라 얘기까지 함께 하면 진짜 대화의 주제가 글로벌해진다. 이번에도 이탈리아, 호주, 한국, 미국을 넘나들며 글로벌한 얘기를 나눴다. ㅎㅎ 동기는 외국인 학생 중에는 드물게 미국에 직장을 잡았는데도 3년 후에는 가족들이 있는 호주로 돌아간단다. 그때 호주나 한 번 놀러 가볼까 ㅎㅎ
저녁에 온 커플은 미네소타에 사는 지인이다. 6년 전에 친정에 일주일 간 머무른 일이 있었는데, 소셜 미디어로 이어지던 인연이다. 소셜 미디어가 가까이 있는 사람은 더 멀게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소셜 미디어가 아니었음, 그 친구와 계속 소식을 알고 살 일도 없었을 거고 그 친구가 나의 뉴욕행을 알 일도 없었을 테니.
여자애는 부동산 중개인을 하는데, 그런 업을 하는 사람처럼 진짜 사교적이고 말이 많다. 덕분에 깔깔거리며 3시간이나 잘 놀았다.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다시 만나고, 곧 한국에도 온다고 해서 또 보기로 했다. 지금 원화가 진짜 싼데 부럽다…
손님을 두 번이나 치르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아침은 일요일마다 제공되는 라운지 조식, 저녁은 밀키트로 때워서 상대적으로 준비가 수월했다. 주말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면 진짜 시간이 안 가고 할 것도 없는데, 손님들 덕분에 시간도 잘 갔고. ㅎㅎ (동영상의 힘도 빌리긴 했지만.)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