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64일 차
친구네 집 연말 파티에 다녀왔다. 보통은 파티에 가면 아는 사이는 안부를 묻고 모르는 사이는 호스트와의 관계를 물으며 대화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누구를 만나든 한국의 계엄령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정치 얘기라 아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다들 내용을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국회에 들이닥친 계엄군들이 실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내용까지. 해외 주요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게 실제로 읽히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다들 궁금해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반응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등등을 물었는데, 결론은 다들 똑같았다. ‘너네나 우리나 비민주 국가에 사는 건 똑같구나’ 하고. 다들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시니컬하게 얘기하며 이 주제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내 주변에 뉴요커들은 모두 트럼프의 재선에 경악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뉴욕주 내 공화당 지지가 역대급이었다는데, 적어도 뉴욕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지지자들이 샤이 트럼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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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가 여는 이 파티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참석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 부부가 여는 독특한 콘셉트의 이 파티를 작년에는 마냥 신기해했는데, 올해는 그런 건 이제 익숙하고 그냥 마냥 섭섭했다. 내년엔 못 오겠구나, 호스트 가족과 다시 볼 일이 있을까 하고. 이젠 다들 가족들끼리 모이는 연말시즌이라 가기 전까지 보기는 쉽지 않다. 파티를 나서며 친구와 인사를 나누는데, 친구가 세게 아주 오래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여전히 헤어짐이 익숙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