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서 들개 먹이가 될 뻔하다
확실한 계획이 있다면 불안감도 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맞는 트랙에 서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사업에 그런 확실한 계획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쓰는 사람 EJ
여기는 성산일출봉이다. 서울에서 뭐라도 쓰기 위해 노트북을 붙잡고 씨름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김포에서 비행기가 뜨는 순간부터 엉킨 생각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짧은 글에 익숙한 우리들이 이렇게 호흡이 긴 브런치 글을 얼마나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게시글 첫 10개 정도는 읽기가 불편할 정도로 형편없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해시태그를 달아 발행을 눌러버리고 빨리 좋아요가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번 제주도 워크숍은 큰 틀만 잡고 많은 부분을 빈칸으로 남겨두었다. 그 때문에 매일 밤 그다음 날 뭘 해야 할지 약간의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빈 시간 덕분에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기도 했다. 그저께는 상스캠 코치님이셨던 완희 님을 뵈었다 또 어제는 서울, 시드니와 zoom콜을 진행하기도 했다.
방금 전에 성산일출봉 매표소 앞에서 들개의 먹이가 될 뻔했다. 산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어서 팔을 벌리니 이내 강아지들이 쫓아왔다. 이 귀요미들을 꽉 안으려는 순간, 매표소 선생님이 돌을 들고 쫓으시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사람을 무는 무서운 들개들이었다. 이들이 뛰어 온 것은 나와 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커다란 먹이가 스스로 다가오니 얼마나 기뻤을까! 집에 백구들을 세 마리나 기르기 때문에 이 개들도 여느 백구들처럼 잘 다룰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때로는 자만과 잘못된 선택으로 나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기도 한다.
확실한 계획이 있다면 불안감도 들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지금 맞는 트랙에 서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사업에 그런 확실한 계획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고객 그리고 시장의 변화에 남들보다 두 배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가 가는 길은 네이버 지도에 나오지도 않는 길이다. 아무도 모르는 시골의 골목길, 아니면 어제 갓 개통한 도로 정도 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의 닥친 과제를 해결하며 직접 길을 닦아나가는 과정일런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불안감을 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또 이걸 심지어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고 있는 목적지가 사업 실패자인지, 억만장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밝혀 줄 것이다.
민지 님은 지금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길 위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한 회사의 각자대표로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어려운 길을 함께 그리고 때로는 각자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아침도 커피도 먹지 않아서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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