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너무...너무 이쁘당

by 공존

"나는 초상권도 아이 권리라고 생각해. 동백이 사진은 절대로 SNS에 올리지 말자."

"나도 그거 싫어. 오빠도 사람들한테 아가 사진 너무 많이 뿌리고 그러지 마."

"응 안그래."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는 아이의 초상권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합의가 있었다. 아이의 초상권은 아이의 결정권으로 하자는. SNS는 부모의 소유물인데 기묘하게도 해당 미디어기업에 위탁하는 형식이다. 이를 테면, 내가 아이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면 그것은 카카오톡의 서버에 저장된다. 이 프사는 아이의 것인가 나의 것인가 기업의 것인가, 그것이 문제.


그래서 우리는 동백이의 태내 사진을 어디에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태어난 지금, 앞으로도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도치네 도치."

"뭐가?"

"자기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하는 거, 고슴도치잖아. 그래서 도치맘 이런대."

"아하...그럼 나는 도치팝인가."


아이가 태어난지 3일이 되었다. 첫날의 기억은 지금도 조마조마하다. 신생아실 앞에서 한동안 조마조마하며 대기하고 나니, 인큐베이터 비슷한 함에 동백이가 담겨서 실려왔다.


"먼저 아버님 성함 생년월일 확인하겠습니다-."

"네...네네."


나는 부리나케 폰을 들어 아이의 얼굴을 비디오로 찍으며, 간호원님의 말에 답했다. 피가 말끔히 닦여지지 않은 흰 얼굴에 까만 머리카락이 덥수룩 자라 있었고, 눈썹이 진하게 그어져 있다. 나는 눈썹을 보고 엄마를 닮았군, 하며 조금 실망했다.


"저, 와이프가 손 발가락 5개씩 있는지 꼭 확인하라고 했거든요."

"네 들어가서 보실 거예요 그런데 안에서는 촬영은 안돼요."

"아 네네."


아쉽다. 양수 안에 있느라 살짝 불어 쪼글쪼글한 그 손과 발은, 오직 지금만 볼 수 있는 것일 텐데. 나는 마음껏 볼 수 있지만 바깥양반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의 손발가락은 모두 10개씩 잘 자리잡고 있고, 몸무게는 2.95킬로그램. 건강하게도 태어났다.


아이를 신생아실로 들여보내고 나는 10여분 사이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무지무지한 내용들을 받았다. 예방접종, 퇴원일정, 각종 검사 등. 간호사님께서 자상하게 설명해주시는 그 내용들은 복잡한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 아이를 보는 것은 4시간 뒤에, 체온 유지와 적응이 충분히 된 뒤에 가능하다.


"오빠아! 동백이 건강해? 다 정상으로 나왔어?"

"응 건강해. 예뻐."


회복실을 거쳐 병실로 올라온 바깥양반이 내게 처음 한 말은 동백이 건강하냐는 말이었다. 그 사이 병동이 옮겨져 나는 우리 짐을 옮기느라 꽤 먼 거리를 움직였다. 사실 아이가 건강한 것은 보았으니 내 입장에선 산모 걱정이 더 큰데, 날 보자마자 바깥양반은 이리 묻는다. 간호사님께서 준비를 마쳐주신 뒤, 나는 아이의 사진과 영상을 먼저 바깥양반에게 보여줬다.


"잘 나왔어. 너 닮은 것 같아."

"어어어 엄청 귀엽네."

이렇게, 바깥양반은 동백이와 첫 대면을 했고, 그리고 출산이 하루 지나 다시 어제 처음으로 유리창 너머 아이를 보았다. 그 사이, 나는 혼자 두번 내려가 동백이의 사진과 영상을 두루 찍고 올라왔고, 출산 3일 사이 우리 둘의 핸드폰에 아이의 영상이 십여개, 그리고 사진은 벌써 수백장이 쌓였다.


우리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출산 소식을 전하면서, 달랑 아이와 산모 소식만 전하기가 어렵다. 상식이나 상례와 다른 것이다. 첫날엔 소식만 전하더라도, 친지들에겐 이틀, 사흘째가 되니 사진을 꽁꽁 감추려는 태도가 생기는 것 같아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아직 이것은 아이의 모든 주권이 완전히 우리에게 위탁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보아야 하나. 어쨌든, 친구와 가족에게 사진을 보내니 예쁘다 예쁘다 한다. 우리가 보아도 예쁘다.


그러고 나서 둘이서 누워서 하루 종일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다음 면회시간만 기다린다. 그 사이에 목욕도 한 것인지 머리카락도 보송보송히. 그리고 따스하게 덥혀진 몸은 뺨을 발그랗게 물들인다.


보아도 보아도 예쁘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 때문이든, 실제로 예쁜 우리 아이의 미모 때문이든.


이를 테면 커피의 경우, 요즘 나는 정말 훌륭하게 커피를 볶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가 맛있게 볶여, 그때마다 직장동료들과 나눠 마신다. 많이 뿌리는 감이 조금 있다. 그것은 다른 어떤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단, 배움의 소산을 나누는 순수한 희열이다. 자연스럽게 자랑을 해보이고 싶은 마음.


아이의 얼굴을 바라볼 때, 나는 자랑하는 것이 때론 자연스러운 행동임을 느낀다. 아이를 가지고 뭘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아이가 너무 예뻐서.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자꾸 보여주고 싶고, 아빠를 닮은 것 같느냐 엄마를 닮은 것 같으냐를 물어보고 싶은 그런 마음.


물론, 우리의 약속은 단지 어떤 욕구를 넘어서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므로, 이 약속이 깨어지기는 쉽지 않다. 약속을 어기는 것에 대해 기꺼이 바깥양반과 나는 서로를 공박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이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은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으로서, 자랑을 하려는 심리로 합리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조금 낡은 미신같은 생각으로, 아이 얼굴을 함부로 뿌리다가는 복 떨어진다는 그런 생각도 품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쉽지는 않다. 동백이는 정말 예쁘게 태어났고, 우리는 그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듯하다. 하물며, 미물인 수달도 자기 새끼 자랑을 이렇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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