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코칭이 뭐야?
'코칭'이란 단어의 뜻을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닐 텐데, 앞에 '도대체'라는 말까지 붙여서 물어본다. 흔히 접하게 되는 스포츠 분야의 코치가 아니라 라이프 코치, 비즈니스 코치, 리더십 코치, 커리어 코치 등등 소위 전문코치들이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코칭에 대해 겨우 설명하고 나면,
상담이랑 뭐가 달라?
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치료, 심리상담과 코칭의 구분이 어렵다. 거기에 컨설팅, 멘토링까지 끼어들면 더 복잡해진다. 각각을 싹둑 잘라서 구분할 수 없지만 설명을 위한 설명을 해본다. 누군가는 명함이랑 계약서만 다르고 실제로 하는 건 비슷비슷하다고 말하는데 그게 속 편한 설명일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치들의 연맹 또는 협회들이 있다. 이들 단체와 코칭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 전문 코치들은 각자 다양하게 코칭을 정의하고 있다. 너무 많으면 더 헷갈리니 한국의 코칭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코치협회(KCA, Korea Coach Association)와 국제코치연맹(ICF, 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의 코칭 정의를 살펴보자.
먼저 국제코치연맹에서는 다음과 같이 코칭을 정의한다.
“ICF defines coaching as partnering with clients in a thought-provoking and creative process that inspires them to maximize their personal and professional potential.”
(*thought-provoking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하는)
출처: 국제코치연맹 홈페이지 https://coachfederation.org/about
국제코치연맹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코치협회 및 한국 코칭 산업이 국제코치연맹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코칭 산업은 2003년 6월 7일 ICF Korea Chapter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이를 계기로 2003년 12월 한국코치협회가 창설된다. 한때 몸담았던 한국리더십센터(한국코칭센터)의 김경섭 회장이 두 단체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에도 한국코치협회는 국제코치연맹의 코칭 핵심 역량 및 윤리 기준을 적극 참고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코치협회의 인증 프로그램 운영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코치연맹은 코치가 하는 일을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사람들이 더 높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도와준다.
둘째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것을 요청한다.
셋째 고객들이 보다 신속하게 결과를 생산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넷째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 지원, 구조를 제공한다.
한국코치협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코칭을 정의한다.
“개인과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최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수평적 파트너십”
출처: 한국코치협회 홈페이지 http://www.kcoach.or.kr/02guide/guide01.html
‘코치’의 어원은 헝가리의 도시 코치(Kocs)에서 개발된 마차에서 유래한다. 전 유럽으로 퍼진 이 마차는 코치(kocsi) 또는 코트드지(kotdzi) 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며, 영국에서는 코치(coach)라고 했다. 집체 교육(training)의 어원인 기차(train)와 대비되는 좋은 예다. 마차(coach)는 현재 승객이 있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가 주는 개별 서비스인 것에 반해, 기차(train)는 집단 서비스다. 승객이 역까지 가서 승차한 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속도, 같은 경로로 정해진 종착지에서 하차해야 한다. 지금도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택시나 셔틀버스를 코치라고 부른다. 일반 버스는 기차와 같은 집단 서비스로 이용되고, 셔틀버스나 택시는 과거의 마차처럼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코칭은 다수가 아닌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한국코치협회에서 규정하는 그룹 코칭의 인원도 10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코치협회 코칭 정의에서도 불 수 있듯이 코칭은 코칭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이는 코칭과 유사한 목적을 갖고 있는 멘토링과 대비된다.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선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후배와 진지한 관계를 맺으며 역할 모델이 되고 개인적, 사회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멘토링이다. 일반적으로 멘토와 멘티의 관계는 위계적이며, 멘토는 멘티보다 상급자로서 수직적인 관계를 맺는다. 반면 코치는 경험과 지혜의 우위에서 조언하지 않으며, 수평적인 파트너로서, 코칭받는 사람이 스스로 숙고하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답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코치가 답을 줄 수 있는가 없는가, 줘도 되는가 안되는가는 논란이 많다. 분명한 건 답을 주려고 코칭하는건 아니다. 국제코치연맹(ICF) 및 한국코치협회는 코칭을 정의할 때 ‘극대화(maximize)’라는 표현을 쓴다. 코칭은 코칭받는 사람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컨설팅과 멘토링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한 진단, 조언, 충고, 제안을 주로 하는 반면 코칭은 경청, 질문, 피드백을 통해 코칭받는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코칭을 공부하던 초기에 배운 코칭의 특징은 '미래지향적, 고객지향적, 행동지향적'이었다.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코치가 답을 주지 않고 고객 스스로 답을 찾게 하며, 실행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이끈다는 뜻이다. 한동안 이 세 가지 특징을 미래의 '미', 스스로의 '스', 실행(Action)의 'A'를 따서 '미스A'라고 떠들고 다녔다. (앞글자를 따서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교수법을 두문법이라고 한다.) '미스A'는 코칭뿐만 아니라 일부 심리치료와 상담의 특징이기도 하다. 모든 심리 상담이 프로이트의 고전 심리학을 기반으로 과거에 집중하거나 인지적인 접근만을 하지 않는다. 상담의 여러 영역 중에서 특정 상담은 미스A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코칭을 다른 도구들과 더 명확히 구분한다면 '소수를 대상으로, 수평적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 스스로 답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