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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Sep 12. 2023

저는 배우였습니다

前) 배우


이제 ‘현) 배우’가 어색합니다. 2019년에 마지막 작품을 했으니 더 이상 현재형으로 쓰는 건 집착인 것 같습니다. 과거가 맞습니다. 저는 배우였습니다.


가끔 공연 연출도 했었습니다. 크고 작은 공연의 기획부터 전체 감독의 역할이었습니다. 공연 연출을 처음 하게 된 건 대학생 때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단장과 13개 대학교 연합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학부 전공은 건축디자인이지만 응원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치어리더 활동은 리더십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건설 회사에서 연봉 1300만원을 깎고 리더십 컨설팅 회사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응원에 미쳤었고, 리더십에 미쳤었습니다.


리더십 교육 자격을 취득하고 2010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했습니다. 2014년에 국제코치연맹 인증 코치가 되었고, 2016년에 대학원에 입학해서 리더십을 공부했습니다. 10년 동안 공연도 하고, 강연도 했습니다.



現)


2020년에는 법인을 설립해서 조직문화 진단을 위한 프로토타입 prototype 앱 application도 만들어봤습니다. 회사 이름이자 앱 이름은 '알자'로 지었습니다. 슬로건은 '자알 알자', 잘 알자는 뜻입니다. (주)알자는 개인의 알아차림과 조직의 혁신을 돕는 일을 합니다.


2021년부터는 배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만드는 가상 인간(Virtual human)입니다. 아바타라고도 하고, 휴먼 앞에  '메타', '디지털', '사이버'를 붙여 부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배우를 만드는 네오사피엔스(Neosapience)라는 회사에서 인사조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계획된 우연 Planned Happenstance


스탠퍼드에서 교육과 심리학을 가르쳤던 존 크럼볼츠 John D. Krumboltz는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습니다. 마치 우연인 것 같은 결과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계획된 것이라는 의미로 '계획된 우연'이라고 했습니다.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일은 건축 디자인과 같습니다. 구성원들의 철학을 기반으로 가치체계라는 뼈대를 세우고 공간을 만듭니다. 리더로서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하는 일은 관중을 미치게 만드는 치어리딩과 같습니다. 머신러닝 기술로 인공지능 배우를 학습시키는 과정은 실제 배우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이력이 계획한 우연입니다. 현재는 필연입니다.


저는 배우였고, 지금은 한 조직의 경영진이자 가끔 동료들과 프로젝트로 일하는 작은 법인의 대표입니다. 물론 오늘 기준입니다. 23년 늦여름입니다. 언젠가 마지막이었다고 한 것들이 마지막이 아닌 날이 올 것입니다. 현재는 과거가 되고, 꿈꾸는 미래는 현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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