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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Mar 17. 2024

3년째 출근, 매일 신기록 경신 중

2주년이 기억나지 않는다


41살에 다시 직장인이 되고 3년이 흘렀다. 작년 이맘때쯤 2년을 회고했었다. 뭐라고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다시 읽어봤다. 쓰려고 했던 말들을 작년에 거의 했다는 걸 알았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는 기분이다. 1년 동안에는 크게 깨달은 바나 느낀 바가 없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작년에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앞으로 2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나?

이렇게 물어보니 2년은 더 다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대충 5년쯤 다닌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면 앞으로 2년 후에는 남은 1년을 잘 마무리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앞으로 2년은 회사를 질적, 양적으로 잘 성장시키고 싶다. 거기에 내 한계를 뛰어넘는 기여를 하고 싶다. 회사가 미국으로 무대를 넓히는데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아마 이 고민들이 깊어지고 실행할게 많아지겠지.


질적, 양적 성장의 균형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채용에 전문성을 가진 팀원을 곧 채용한다. 균형을 잡기 위한 준비는 충분히 했고, 새 멤버가 합류하면 본격적인 실행을 하게 될 거다. 반면 1년 동안 내 한계를 뛰어넘는 기여는 '많이' 하지 못한 것 같다. 일단 한계를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가끔 실감했던 한계는 잘 극복했다.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한계가 더 확장되는 기분이다. 여전히 잘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3년 내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는 에너지를 60~70% 정도만 쏟는 느낌이다. 결국 잘 못하던 일을 꾸역꾸역 해냈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잘했다.



1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


먼저 아들이 태어났다. 아버지의 삶을 살게 됐다. 회사를 그만두면 한두 달쯤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이제 아들과 함께 할 장면을 그리게 되었다. 몇 살이 되어있을지 모르지만... 기대된다. 회사 안에서도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재직 중이니 다 말하기 어렵다. 퇴사하고 비밀유지서약에 문제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책을 써도 300페이지는 넘길 것 같다. 2024년 들어 조직은 혁신 중이다. 나도 그렇다. 더 자주 언제까지 다니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만 둘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의미라기보다 조직의 성장과 나의 성장, 팀의 성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조직에서 존재 의미가 없는, 뭐 완전 없지 않겠지만 별 볼일 없는, 아주 미미하다는 걸 느끼면 더 이상 재직 동기는 사라진다. 나도 그런 날이 오면 딱 그날 까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만 하기


2010년 프리랜서가 되면서 꿈꾼 게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만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사는 것'이다. 넉넉하지 않더라도 어려움 없이 사는 것은 자신 있었고 잘해왔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면 이게 불가능해진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 하기 싫을 때에도 해야 한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경제적으로 엄청 여유로워졌나 보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시간당 급여를 계산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떨어졌다. 일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꿈꾸던 삶과 멀어졌지만 그래도 꿈꾸던 삶을 살아 보려고 애썼다. 잘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직장인으로 가장 오래 다닌 기간은 2년이었다. 정확히 1년 11개월이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스스로 근로자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 사람이 왜 저 위치에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는 견디기 힘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문구를 좋아했다. 입사한 순서대로 위계가 정해지는 곳은 더더욱 맞지 않았다. 나이, 연차, 경력... 이런 것들로 순서가 정해지고 심지어 그 순서가 바뀌기 힘든 조직은 극혐 했다. 다소 건방졌고 아주 패기 넘쳤으며 무식함에 비례해서 용감했다. 그랬던 내가 다시 근로자가 되었고 3주년을 넘겼다. 매일 신기록 경신 중이다. 대견하다.



회사 보고 들어와서 사람 보고 나간다


'최복동',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고도 한다. 회사 보고 들어왔다가 사람 때문에 나가기도 하고,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다. 미친 속도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해도 조직에서 사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천재라도 혼자 일할 수 있을까? 결국 두 사람 이상이 협업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 결국 조직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을 테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괴로웠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도 역시 사람이 있었다. 부대찌개를 먹다가 동료에게 들었던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던 순간도 있었고, 나를 의지하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저의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ㅠㅠ 덕분에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주말에도 푹 쉬었어요.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힘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회사에 태화님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태화님도 많이 바쁘시겠지만 이번 한 주도 화이팅하세요~�

실제 눈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마음속이 촉촉이 젖는 것 같았다.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하는 말에 힘이 생겼다. 저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처럼 내가 힘이 되는 분이 더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몇 명 되지 않는다면 한 분 한 분 더 많은 동료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도 강해졌다.


태화님은 슈퍼차저 supercharger 에요


20분 정도 코칭 관련 대화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동료가 해준 말이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 에너지가 충전된단다. 기뻤다. 표현도 멋있었다. 소리 내어 말로 전해준 동료에게 감사했다. 3년 동안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최고의 힘은 역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는 동료다. 그리고 그 신뢰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기록을 깨는 건 단순히 근속일수가 아니다. 다짐, 계획, 약속, 인내, 끈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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