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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톨 Nov 17. 2018

한 밑천 잡아서 조선 땅 뜬다


유능하고 뜻있는 여러 학생(물론 나 빼고...)들이 오늘 강남역의 한 스터디룸에서 내린 결론이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친구들은 조던 피터슨이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뻣뻣하게 얘기하기 전부터 현생의 모든 관문을 성실하게 통과해왔고 그 가운데 가끔은 경미한 학대의 수준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했으며 이를 통해 작지않은 성취를 이루었으니 이른바 바닷가재에 비유하자면 동급에서 강력하고 서열이 높은, 혹은 미래에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개체라고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발을 딛고 설 만한 안정된 땅이라는 것은 없고 불안정한 직장과 적은 연봉, 긴 노동시간, 고약한 노동난이도를 견뎌야만 하는데다가 만약 삐끗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인생 실패자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는 현실을 직감한 것이 틀림없다. 저 교수의 '세상을 바꾸려면 자신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는 말은 일견 옳기도 하지만 이 친구들에게 대어보면 마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격이라...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인생은 고통'이라 결론내놓고 극악한 사회의 변화의 책임을 개인에게 간단히 환원시키는 말일 뿐이다. 한편 세상이 바뀌기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가 이미 우리에게 준 자산을 거부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예로 어떤이가 소말리아의 내전 피해자보다 누리는 것이 많다고 해서 노동시장의 차별적 임금격차에 항의해선 안되는가? 혹은 진정성있게 임금격차에 항의하기 위해선 직장이라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인가?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당신은 이미 누리고 있는 이득은 왜 못본체 하냐고 되묻는 이들의 심리는 무엇인지?


뭔가를 따지려고 들자면.. 나무를 가리키면 숲을 끌어다 반박하고 숲을 가리키면 나무를 가져다 반박하면 되는 일이긴 해서 논리는 비약이 심하고 문장은 두서가 없지만, 다만 나보다 책임감있고 훌륭한 사람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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