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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May 03. 2024

고기도 안 해주는 불량 엄마가 되어버렸다

소고기 볶음밥

 아이가 두통을 호소해 받게 된 피검사에서 '철결핍성 빈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고기를 안 먹나 봐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네. 편식이 심해서."

의사 선생님의 의도와 상관없이 졸지에 난 고기도 안 사주고 영양도 안 챙기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고기랑 과일이랑 챙겨줄 때 잘 먹으라니까. 우리 집 고기도 못 먹일 만큼 돈이 없진 않아."

진료실을 나와 아이에게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철결핍성 빈혈'은 몸에서 철의 필요량이 증가하여 철결핍성 빈혈이 생기는 경우다. 이는 미숙아, 영아,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 임산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숙아, 영아와 청소년에서는 체중이 증가하고 키가 크면서 철분의 요구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음식을 통해 이를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빈혈이 나타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군것질을 좋아하고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이는 게 쉽지 않았다. 영양제를 사서 코 앞에 갖다 두어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먹었다. 아이와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예전만큼 챙기지 않은 내 탓이었다.

병원에서 두 달치 철분제 처방을 받았다.

약이 나오는 동안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하나 검색해 보았다.


철분이 많이 든 음식으로는 쇠고기, 쇠간, 닭고기, 생선, 굴, 대합, 바지락, 김, 미역, 다시마, 파래, 쑥, 콩, 팥, 잣, 깨, 호박, 버섯 등이 있다. 비타민 C는 철분의 흡수를 증가시키는 반면 커피, 홍차, 녹차 등은 철분의 흡수를 저하시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김과 함께 주 3회 이상 소고기를 먹여야겠다고 다짐했다.

학원 스케줄로 저녁시간은 들쭉날쭉 해 아침에 소고기를 손바닥만큼만 구워주기로 했다.

아침을 챙겨 먹지 않던 아이는 반발했지만 이번엔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부위로 사주기로 했다.

100g에 7천 원 정도 하는 꽃갈비를 샀다.

다른 식구들은 맛만 보고 아이만 매일 아침 구워주었다.


 이번엔 엄마가 물러서지 않을 걸 알아서인지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먹었다. 2주 정도 먹은 아이는 아침에 고기만 먹는 건 느끼하고 질린다며 소고기를 넣은 볶음밥으로 해달라고 했다. 소고기만 먹으면 되니까 볶음밥도 상관없었다.

전날 저녁 양파, 표고버섯 등 야채를 다지고 소고기는 작게 깍둑썰기를 해 밑간을 했다.

원래 일어나던 시간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소고기 볶음밥을 했다.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볶다가 고기를 넣고 굴소스로 간을 한다. 그리고 밥을 넣어 다 같이 한 번 더 볶는다.

아이는 고기만 먹는 거보다 먹기 좋다고 했다. 아침을 안 먹던 아이가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구워 먹던 소고기를 소고기 볶음밥으로 전향하며 조금 저렴한 소고기로 구입을 했다.

아이를 일주일에 3일 이상 소고기를 먹이기 위해 준비한다.

오늘은 그동안 소고기에서 소외되었던 가족들을 위해 소고기 볶음밥을 만들어야겠다. 소고기를 2배로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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