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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Apr 19. 2024

계란말이는 안 먹지만 계란말이김밥은 먹는 아이

계란말이김밥

 "계란 부쳐줄까?"

"싫어. 냄새나."

"무슨 냄새?"

"계란 고유의 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비린내가 있어."

반찬 없을 때 계란 하나 부쳐서 김치에 김이랑 먹으면 한 끼 정도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으련만 아이는 까탈을 부린다. 계란 반찬 하나면 그래도 단백질은 먹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아이는 이를 거부한다. 아이에게 계란 먹게 하기 위해선 수고스러움이 필요하다.

계란국, 계란찜, 계란말이도 안 먹는 아이가 계란을 먹게 하는 메뉴가 있다. 김밥과 계란말이김밥이다.


계란말이김밥을 아이에게 처음 해준 건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다. 아이의 소풍날 도시락을 싸야 했다. 김밥을 싸주자니 4살 아이가 먹긴 사이즈가 클 듯했다. 그래서 재료들을 3분의 1로 사이즈로 썰기 시작했다. 김밥은 재료 손질이 다인데 여기에 칼질을 몇 번 더 하자니 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작게 썰은 재료들로 아이의 입사이즈에 맞는 꼬마 김밥을 싸주었다


야외 학습이 있을 때마다 꼬마 김밥을 싸줘도 아이는 불만이 없었지만 메뉴를 바꿔주고 싶었다. '아이소풍도시락'으로 검색하니 토끼, 판다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모양의 도시락 사진이 펼쳐졌다. 아기자기해 아이가 좋아할 거 같았지만 캐릭터 모양 도시락은 자신이 없었다. 난 실용주의를 선택하기로 했다.


 선배 엄마들의 레시피를 참고하고 길거리에서 떡볶이 가게에서 본 메뉴를 참고해 계란말이김밥을 만들었다.

밥은 김밥용 밥처럼 소금,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양념을 한다. 다른 재료는 없이 양념한 밥을 4분의 1로 자른 김밥용 김에 얹어 김밥 말듯이 만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반국자씩 깔고 김밥을 올려 계란말이를 하 듯 계란을 말아 익힌다. 익은 계란말이김밥을 아이의 입 크기에 맞게 썬다. 완성된 계란말이김밥을 보면 밥, 김, 계란 밖에 안 보여 단순해 보이지만 은근 손이 많이 갔다.


아이는 먹기도 편하고 맛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메뉴는 아이의 소풍 단골메뉴가 됐다. 아이의 소풍 메뉴였던 계란말이김밥을 이젠 계란을 먹이기 위한 메뉴가 됐다.


 3분의 1로 썰던 계란말이김밥을 이젠 2분의 1로 썬다. 안 썰고 그냥 먹어도 될 만큼 아이가 컸지만  한 입에 쏙 들어가게 썰어준다. 바쁘게 저녁을 먹고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에게 간편하게 먹이기 편하고, 아이에게 계란을 먹이기 위해 계란말이김밥을 종종 만든다.

한동안 계란을 안 먹은 아이를 위해 오늘의 메뉴는 계란말이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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