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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Apr 12. 2024

요리 교실 집들이 요리

찜닭

 결혼을 앞두고 할 수 있는 요리는 참치김치찌개가 전부였다. 

요리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딱히 내가 요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막상 결혼을 하려니 요리가 제일 걱정이었다.

지금이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손쉽게 요리를 따라 해 볼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 요리책을 사서 보거나 요리 교실을 다녀야 했다.


 맞벌이를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거 같기도 했고, 남편이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 밥은 어떻게든 해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집들이 음식은 걱정이었다. 친정부모님이야 내 실력을 아시니 음식 맛이 부족해도 백번 이해해 주시지만 시부모님은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집들이 요리로 참치김치찌개를 선보일 순 없어 요리교실을 알아봤다.

일명 신부수업이라 일컬어지는 요리 교실을 다니고 싶지 않았다. 신랑 수업은 없으면서 신부 수업은 왜 있는 건지.

요리 하나만 제대로 해도 특별한 날에 돌려 사용하면 될 거 같아 백화점 문화센터에 있는 일일특강을 신청했다. 일일특강이지만 중식, 한식, 양식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메뉴를 고르는 기준은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푸짐해 보이며 메인 메뉴로 손색이 없어야 했다.


안동찜닭이 유행하던 때였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땐 먹거리 골목을 가면 한 집 건너 찜닭가게가 있을 정도로 붐이 일던 시기였다. 진위여부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찜닭 가게가 '원조'를 외치고 있었다.

찜닭은 닭고기에 다양한 채소를 비롯해 당면이 들어가 푸짐한 메인 요리가 된다. 닭갈비에 볶음밥을 해 먹는 거처럼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을 수도 있어 마지막 국물까지 깔끔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요리 일일 특강 메뉴 중 찜닭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요리교실 강사님은 지금도 홈쇼핑에 가끔씩 볼 수 있는 요리 전문가였다.

닭고기 손질을 시작으로 야채 썰기, 소스 만들기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 하는 요리다운 요리였지만 강사님의 도움으로 그럴듯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결혼을 하기 전 연습을 하기 위해 도움 없이 혼자 찜닭을 만들어 보았다. 처음엔 찜닭국인가 싶을 정도로 물이 많았다. 졸이다 보니 짜졌다. 역시 혼자서는 요리 교실에서 할 때 맛을 낼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짜고, 어떤 날은 달기도 했지만 요리 교실에서 배운 찜닭을 손님 초대용 요리로 여러 번 이용했다.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집들이 시즌이 지나고, 찜닭의 인기가 수그러들며 한 동안 찜닭을 해 먹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려 고춧가루가 들어간 닭볶음탕을 해 먹기가 어려워 아이들이 먹기 수월한 단짠 닭요리인 찜닭이 다시 우리 집에 등장했다. 

닭고기도 좋아하고 떡, 당면 사리도 좋아해 지금도 가끔씩 찜닭을 해 먹는다. 이젠 아이들이 커 청양고추도 첨가해 맵단 짠 찜닭을 해 먹는다.

이사 온 지 한참 돼 집들이할 일이 없지만 랜만에 집들이 요리인 찜닭을 해 먹어 볼까.

오늘의 초대 손님은 남편과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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