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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Apr 05. 2024

한 달에 1번

카레

 "엄마 그날 다가오는구나"

카레를 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오리처럼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 섞인 말투로 물었다.

"아닌데 먹고 싶어서 한 건데."

아니라고 대답은 했지만, 아이들 말대로 매직 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한 달에 한 번씩 카레를 만들었다. 매직 데이가 가까이 다가오는 어느 날.


 엄마들끼리 만날 때면 빠지지 않는 끼지 걱정. 카레는 엄마들이 선호하는 메뉴다. 자투리 야채를 해결하기 좋고,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끼니가 해결되는 한 그릇 음식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고기와 야채가 들어가니 영양적으로도 훌륭하고, 강황에 항암 작용까지 있다 하니 이만한 메뉴가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에선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메뉴다.


 카레는 인도의 커리가 영국과 일본을 거치며 현지화, 재창조된 요리라고 한다. 노화를 막아주고, 강력한 항암작용을 해주며, 각종 혈관질환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항상 작심삼일로 끝나는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에도 좋다고 한다. 이를 알고 해 먹었던 건 아니지만 나의 신체 리듬에 맞는 적정한 시기에 먹고 있었다.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 남편이지만 카레를 하는 날이면 남편도 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남편은 어렸을 적에 카레를 자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많이 접해보지 않아 카레가 친근한 메뉴도 아니고,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식당에서 사 먹는 커리는 맛있다고 하면서)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고 온 날이면 아침 메뉴로 카레를 주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카레를 노란색으로 색을 띠게 하는 커큐민이라는 성분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협박용이 아닌 남편의 숙취를 돕는 해장용 음식이 될 뻔했다. 카레는 협박용 음식이 될 수가 없다. 기능적, 영양적인 면에서.


 아이들이 어렸을 땐 카레를 좋아했다. 언제부턴가 남편에 이어 아이들까지 카레를 반기지 않더니 대신 짜장을 해달라고 했다. 가족들이 반기지 않다 보니 영양을 고려해 카레는 한 달에 한 번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제일 먹고 싶은 날에. 집에서 카레 냄새가 풍길 때면 이제 아이들은 엄마의 그날이 다가오는 걸 직감한다. 카레가 엄마만 만족하는 음식이 아닌 아이들과 남편을 위한 음식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냉장고 야채칸에 감자, 양파, 당근이 보인다. 싹이 나려는 감자를 처리해야 할 시간이 왔다. 카레용 고기를 사러 간다. 오늘의 저녁은 영양과 맛이 으뜸인 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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