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 중 수능 도시락 메뉴에 관한 이야기가 검색을 통해 많이 읽히고 있다.
수능 시험을 보느라 애쓰고 긴장할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간절한 기도와 정성스러운 도시락이다. 하루 종일 문제와 씨름해야 할 아이를 위해, 그동안의 노력을 하루에 다 쏟아부어야 할 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일로 수능 고사장에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달래 본다.
몇 년 전 수능을 본 큰아이의 수능 도시락 메뉴는 소고기뭇국과 계란말이 그리고 볶음김치였다.
미역국을 좋아하지만 '시험에 미끄러진다'는 미신 때문에 수능 접수 후부터 미역국을 먹지 않았던 터라 소고기뭇국으로 대체했다. 반찬통에 들어갈 2가지는 불고기와 김치를 예정했었지만 뭇국에 소고기가 들어가 계란말이로 대체했다. 김치는 혹시나 쉰내가 날까 싶어 참기름을 살짝 둘러 볶아주었다.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한 메뉴였지만 수능 시험날 아이가 잘 먹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시험을 보고 온 아이의 싹 비어진 도시락 통을 보고 나서야 기우였음을 알았다. 이렇게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면 걱정할 만큼 긴장도 높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
올해 다시 고3 엄마가 되어 다음 주에 수능 도시락을 싸야 한다.
큰아이 때도 '수능도시락메뉴'를 검색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같은 검색을 했다. 혹시 참고할 만한 다른 메뉴가 있을까 하고.
검색 결과는 몇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국으로 소고기뭇국, 계란국, 된장국 등이 추천되었다. 국을 선호하지 않고 긴장도가 높아 밥을 먹기 어려워한다면 속이 편한 죽을 싸줄 수도 있다며 야채죽, 닭죽, 소고기죽에 대한 레시피도 있었다. 미역국처럼 혹시 '시험 죽 쑨다'는 속설이 마음에 걸린다면 죽대신 누룽지로 대체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으로는 계란말이, 장조림, 멸치볶음, 감자조림, 두부조림, 시금치나물 등이 추천되었다.
시대는 변했지만 나 때도 큰아이 때도 수능 도시락 메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수능 시험일엔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해 오후 5시를 전후로 퇴실하다 보니 도시락 하나로는 아이들이 허기질 수 있다. 아이들이 배불리 먹으면 오후 시험시간에 졸릴 수 있어 배불리 먹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도 더러 있어 대체 음식도 필요하다.
간식이나 대안음식으로 휴대가 간편한 초콜릿을 챙겨주면 요긴하다. 쉬는 시간에 틈틈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고 당을 끌어올 수 있어 아이들이 선호한다. 긴장도가 높아 도시락 대신 물과 초콜릿으로 버티는 아이도 종종 있다고 한다.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이의 선호하는 과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넣어주면 된다.
물과 함께 따뜻한 커피나 티를 텀블러에 넣어 가면 수능 도시락 코스 완성이다.
수능도시락은 단순한 끼니가 아닌 체력 유지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음식이다.
두 아이의 수능 도시락을 준비하며 내린 결론은 <아이가 평소에 선호하는 음식 중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준비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이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니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음식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하나는 명심해야 한다. 평소에 즐겨 먹고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기름진 음식과 매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수능날은 평상시와 다르게 소화가 잘 안 되고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올해는 수능한파가 없을 거라는 예보를 봤다. 수능 당일에 수험생들 고생 안 시키려고 미리 추운 건지 기온이 급격하게하강했다. 긴장할 아이들을 위해 수능 한파가 없길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이 한파를 미리 앞당긴 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후배들의 응원문화를 보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이후 사라진 듯하다. 북적이든 수능 고사장 앞은 조용히 아이들을 응원하고 배웅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큰아이 때도 온 가족이 함께 교문 앞까지 배웅했다. 아이를 꼭 안아 등을 토닥여주고 들여보냈다. 뒤돌아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안심을 했었다. 다음 주에 수능 시험장으로 들어갈 작은 아이도 따뜻한 포옹과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으로 엄마의 마음을 전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