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미수 Oct 31. 2024

가을이 가기 전 들러야 할 청운문학도서관(오마이뉴스)


 초록의 푸르름이 노랑, 주황, 빨강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 왔다. 

아침, 저녁 차가운 공기에 두툼한 재킷을 꺼내 입는다. 오후가 되면 다시 여름이 온 듯 두툼한 재킷은 필요 없어지지만 청명한 하늘은 가을이 왔음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여유로운 평일 오후, 글을 쓰고 싶었지만 써지지 않았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땐 그 주위를 맴돌아보기로 한 다짐대로 글이 넘쳐나는 도서관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N지도에 저장된 수많은 장소들 중 날이 좋을 때 가려고 찜해두었던 청운문학도서관으로 향했다.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 청운동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오가는 길에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이 협소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아니더라도 청운문학도서관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 듯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나 3호선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에서 하차한다. 5분 정도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청운문학도서관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대로 왼쪽 아래로 몇 발자국 내려가다 보면 나무들 틈으로 한옥 도서관이 보인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헉헉되던 숨 가쁜 숨소리는 아래에 펼쳐진 한옥 도서관을 보는 순간 평온한 숨소리로 바뀐다.


 산책길을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다 마주한 청운문학도서관은 <독서와 사색,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이라는 설명에 안성맞춤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청운문학도서관은 책을 좋아하고 한옥을 좋아하는 이라면 반할만한 장소다.



 청운문학도서관의 이정표 대로 내려가 처음 마주한 한옥 열람실은 독서당이다.

본래 공원 관리소였던 곳을 2014년에 문학도서관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서당처럼 좌식스타일인 독서당 내부에는 창작실과 세미나실이 있다. 내부가 넓지는 않지만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행사가 없을 땐 창작실과 세미나실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서당 내부에 책이 많진 않지만 이 동네에 산다면 자주 들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곳이다.(이 동네주민이 부러워지는 시간이었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폭포가 있는 누정이다.

폭포가 있는 한옥 열람실은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이 포토존이라 사진 찍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책을 읽는 분들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옆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분들의 배려로 폭포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이곳이 독서 명당이다.


청운문학도서관 외에도 한옥도서관이 전국에 몇 군데 더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이 다른 한옥도서관과의 차별점은 시, 소설, 수필, 문학비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색다른 도서관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청량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청운문학도서관이 지향하는 문학을 누리고 휴식을 즐긴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한옥 열람실을 둘러본 후  안내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어린이 열람실과 일반 열람실이 있었다. 열람실은 동네 작은 도서관처럼 아담했다. 책이 많거나 열람실이 넓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고 작업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열람실이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인왕산의 경사 지형과 자연경관을 고려하여 설계된 도서관이다.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지붕기와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기와를 사용하고,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기와 3천여 장을 재사용한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조용하고 한적하며 한국스러운 멋이 담긴 한옥으로 지어진 청운문학도서관운 지하층과 지상층 총 2개 층으로 자그마한 도서관이지만 인왕산 자락의 푸른 숲과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멋진 도서관이다.


 한옥 대청마루, 누마루, 툇마루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고, 물소리, 새소리,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청운 문학도서관이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면 들려보시길 권한다.

사계절 언제 와도 좋을 듯 하지만 가을이 가기 전에 들려 가을의 운치를 만끽하시길 추천한다.






♧  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6길 40

◇  이용시간 :  평일 10:00~21:00, 주말 10:00~19:00

(쉬는 날 : 매주 월요일 / 1월 1일 / 설·추석연휴)

  주차 : 불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https://omn.kr/2as5u




작가의 이전글 응답받다, 동네서점 상생의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