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
돛을 잃고, 노도 잃은 남루한 조각배 하나가 떠 있었어
조각배에 타고 있던 항해자에게 보이는 거라고는
다 똑같이 생긴 바다뿐이라
지금 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런 마음 없이.. 어떠한 의욕 없이..
그저 떠 있을 뿐이었어
그때..
짙은 밤하늘을 뒤덮었던 구름을 가르며 나타난 달 하나가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내.. 빛을 발하고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천천히 조각배 곁으로 다가오더니
돛을 잃은 돛대 옆에서 한참을 머물렀어
비록 바다 위.. 밤하늘에 걸린 달빛이었지만
그 모습은.. 식어버린 항해자의 마음에 온기를 건네기에 충분했고
꺼져가는 의욕을 다시금 타오르게 하기에 충분했어
항해자는 돛대를 꺾어 노를 만들었고
생애 가장 밝고, 따뜻했던 달빛의 위로를 뒤로하며 바다를 떠났어
희망이란 게 그래..
가장 힘들 때 가장 작은 위로를 머금고 자라서 가장 큰 빛을 발해
희망이란 게 그래.. 밝을 때는 잘 안 보여
한 없이 깊고 짙은 어둠이 찾아오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해
작게 내뱉는 한숨 한 번에도 꺼져버릴 듯.. 저 멀리서 희미하게..
그때..
네가 내게 건넨 한마디가.. 네가 내게 건넨 한 번의 다독임이..
조각배에 걸린 달빛처럼 내게 다가와
희미했던 희망을 찬란하게 빛나도록 만들어 준 것처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