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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Aug 15. 2020

부산의 공간-2

혼자 떠난 여행의 기록

무려 2년 전에 써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게 된 건, 부산의 공간 2번째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는 친구의 말 덕분이다.


누군가가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고마워서, 오래된 과거의 글이지만 꺼내어볼 용기가 생겼다. 부산은 여행 1일 차는 '함께하는 여행'이었다면, 2일 차는 '혼자의 여행'이었다.


2년 전 글이기에, 변화가 있는 부분은 추가로 확인하여 업데이트해두었고, 지난 <부산의 공간-1>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코스

<콘트 호텔>의 <ROOF AND> 카페

이터널 저니의 심야책방은 새벽 6시까지였지만, 잠을 이기지 못한 우리는 급하게 머물 호텔을 예약했다. (원래는 새벽까지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역시 세상일은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우리의 숙소는 중앙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콘트 호텔이었다.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호텔 조식 대신 8층에 있는 <ROOF AND 루프 앤드>란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크루아상과 초코라떼를 먹으러 갔다.


*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최근 루프 앤드에서 볼피(Volpi)라는 상호명으로 바뀌었다. 다행인 건(?) 시그니처 메뉴와 인테리어는 그대로라고 한다.


크루아상과 초코라떼로 유명한 이 곳은 음료를 만드는 과정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크고 두꺼운 다크/밀크/화이트 초콜릿을 얇게 썰어서 컵에 수북하게 올려준다. 생각보다 엄청 달진 않았고, 기분 좋은 달달한 맛이었다. 높은 천장과 넓은 창 덕분에 빛도 좋았고, 높은 층에 있다 보니 경치도 좋았던 곳이었다. 기분이 답답하고, 달달한 게 당길 때 다녀오면 딱 좋겠다.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는 일찍 서울행 기차를 탔고, 나는 오후 늦게 기차를 끊어두었기에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탑승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4-5시간 정도였기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부산 역 주변에서 가고 싶었던 세 곳을 다녀왔다.



여섯 번째 코스

중앙역의 <부산 근대 역사관>

콘트 호텔 근처에 있는 곳인데, 건물 외관이 독특해서 눈여겨봤던 곳이다. 무료라서 부담이 없기도 했고, 외관을 보니 호기심이 생겨서 들어가 보았는데, 대한제국 당시의 옛날 부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잘 담겨 있어서 신기했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볼만한 자료가 많아서 남포동 쪽에 왔다면 한 번쯤 들려보면 좋겠다. 보수동 책방 골목과도 가깝다.


*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제를 운영한다고 하니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꼭 하고 가길!

* ~10/4까지 <카메라 든 헝가리 의사 보조끼 데죠, 1908> 기획 사진전을 한다고 한다.

* 부산 근대 역사관에 대해서 찾아보니 일제시대 일본이 우리나라에 경제적인 수탈을 하기 위해 1920년대에 만든 동양척식 주식회사 건물이었다고 한다. 이 건물은 해방 이후에는 미군들의 숙소로 이용되다가 1999년에야 비로소 반환된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건물이다.



일곱 번째 코스

보수 책방골목, <우리 글방>

근대역사관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보수 책방골목이 나온다.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 골목을 지나칠 수 없었다. 오래된 헌 책방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글방>이 가장 흥미로웠다. 일층부터 지하까지 연결되는 이 곳은 북카페이기도 하면서, 수집욕을 자극하는 책에 관한 빈티지 포스터도 팔고 있어서 친구에게 선물할 엽서와 포스터를 샀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보수 책방 골목.


여덟 번째 코스

부산의 일본식 가옥 <정란각>

아이유의 밤 편지 뮤직비디오를 참 인상 깊게 봤는데, 그곳에 나온 장소가 바로 부산역 근처에 있었다. 일본식 가옥인 <정란각>은 근대문화유산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문화공감 수정>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고, 복지센터 소속의 어르신들이 매실차와 대추차를 만들어주신다. 사람은 많았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이 커서 매실차를 마시며 책을 읽기에 좋았다.



함께했던 여행도 너무나도 좋았지만, 혼자의 여행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그동안 못했던 생각정리를 하거나,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함께하는 여행을 더 좋아하지만 가끔은 혼자의 시간도 필요하단 걸 느낀다.


이렇게 오래된 부산 여행기를 펼쳐 보니, 부산이 그리워진다. 코로나와 이상기후 때문에 어려운 요즘이지만 부디 다들 안전하고, 마음이 따뜻한 연휴 보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의 여행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부산여행 2일 차 코스]

- 콘트 호텔의 <ROOF AND> 카페

- 중앙역 근처의 <부산 근대 역사관>

- 보수 책방골목, <우리 글방>

- 문화공감 수정 (구 정란각)

* 코로나로 인해 예약 및 운영시간 등이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꼭 찾아보고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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