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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물건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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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Nov 28. 2021

물건의집 플리마켓 회고 (w.초안클럽)

앞으로의 물건의집은?

날 것의 초안으로 시작한 플리마켓. 코로나 때문에 계속 미뤄지면서 오래 준비했고 의미가 컸던 행사인 만큼, 초안클럽 멤버들과 Zoom에서 회고의 시간을 가졌다. 회고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였고, 함께 회고를 하면서 앞으로의 물건의집의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초안들도 생겨나는게 신기했다.


1. 우리 잘한 점, 특히 만족스러웠던 점

2. 담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부분

3. 주변 피드백(좋았다~ 말고 좀 더 구체적인 키워드 중심으로)


회고에 대한 생각도 초안노트에!

1. 우리 잘한 점, 만족스러웠던 점

(흔디) 6명 셀러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점. 각각의 셀러가 누구고, 어떤 사연으로 물건을 파는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플리마켓 현장에서는 물건마다 셀러 별로 다른 색의 스티커를 붙여서 물건에 표시하고, ’대따 큰 목걸‘이 차고 있는 것. 공간 물건 딱지, 브로셔, 6명이 실제로 쓰인 것까지 총체적인 경험으로 이어진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실행이 되었다는 게 가장 좋았어요. 심지어 우리 잘했다! 그리고 초안 클럽이 선명해진 기분이 들었어요. 외부에 발표되는 느낌이랄까. 이런 사람들이 이런 걸 재밌게 하면서 초안 클럽을 하고 있다는 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어요. 일이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던 구멍이 있는 곳을 메우는 역할을 어디서든 하는 것 같았어요.

(림고) '했다'라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쩡님의 초안이 5월에 나왔는데, 코로나로 계속 딜레이 되면서 정말 할 수 있는 걸까? 흐지부지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을 했는데 했다는 것에 짝짝짝.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초안 클럽에서 말했던 '초안들이 모여 뭐라도 되겠지'와도 연결고리가 된 듯! 쩡님이 브런치에 바로 후기를 남기는 것도 좋았어요. 과정은 오래 걸렸지만 정말 해낸 모습을 공유하고, 기록해서 바로 회고하고, 브런치에 올리는 것.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결과물에 대한 기록을 빠르게 가공해서 잘 모아둔 느낌이 좋았어요. 물건의집 플리마켓에서 초안클럽이 잘 소개되었고, 소개하는 것이 누적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인들이 잘 알게되어서 팀워크를 확실히 나타낸 느낌.


(김키미) 회고하는 것 좋고, R&R 하는데 각자 다 달라 안 겹치는 것도 좋았고,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도 좋고,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책에서도 초안클럽이란 모임이 있고, 컨셉이 뭐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얘기하면 사람들이 '신기하다.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궁금점과 피드백이 있었는데, 구절로만 전하던 초안클럽이 콘텐츠가 된 느낌이에요. 온 사람들이 직접 경험했으니까 직접 설명이 가능해졌어요. 초안클럽의 브랜딩이 물건의집으로 된 것 같아서 가장 뿌듯한 점인 것 같아요. 쩡님의 초안으로 플리마켓이 완성되었고, 흔디님의 초안노트도 초안이었고요.


(진초이) 스토리가 많았고, 콘텐츠가 풍부해서 알찼어요.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했고, 초안노트와 초안클럽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재밌었어요. 우리 아이덴티티가 생각보다 강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서 힘이 되었어요. 특히 사람들에게 고마웠고 감동을 많이 한 프로젝트여서, 플리마켓이 끝난 다음날 어떤 걸 남겨야 할지 고민했을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잘하고 고마웠던걸 먼저 기록하게 되었어요. 서로 잘하는 게 다르다는 게 제일 신기했고, 겹치지 않는 것도 신기했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시너지가 있었다!

진초이의 물건의집 플리마켓 기록



한 부스를 같이 만들면서, 단합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재밌게 논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셀러들이 함께 만드는 운영팀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쩡) 사실 나는 물건을 파는 것보다 사는 게 체질인가 싶었어요. 물건을 너무 좋아해서 잘 내놓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평생 소장하려던 물건을 몇 개 내놨는데, 사는 사람이 너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니 좋았어요.


(멤버들) 쩡님이 물건을 정말 좋아해서 잘 내놓지 못하는 게 느껴졌어요. 절절한 물건 덕후 (ㅋㅋㅋ)

(김키미) 나는 당근 마켓에 내놓는 건 아까웠는데 플리마켓에 내놓는 건 가능하더라고요. 내가 이물 건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진초이) 아. 럭키드로우도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는 점과 럭키드로우 상품도 멤버들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서 좋았어요. 3만 원 이상이면 럭키드로우를 참여할 수 있어서, 조그만 더 사면 참여할 수 있는 손님에겐 흔디님이 조금만 더 사면, 이벤트를 참여할 수 있다며 럭키드로우를 홍보해주는 것도 좋았고요. 물어본 10명 중에 9명이 더 산 것 같아요. 그리고 결제할 때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본 것도 좋았어요. 당근 마켓에서 온 사람, 지나가면서 온 사람, 파고 커피와 같은 건물에서 온 사람.


(림고) 가장 침착한 순간이 결제의 순간이라 가장 효과적인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물건을 구경할 때 질문하긴 애매하니까요!


(흔디) 다음엔 링크 보내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엔 못했지만 다꾸하듯이 앉아서 자신의 초안노트를 꾸미고 방명록도 쓰고, 설문조사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 스티커랑 다양한 펜, 도장을 갖다 두면 알찬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 듯해요. 저는 노트를 사면 뭔가 찍어가고 싶고 스티커 붙이고 싶더라고요. 공간에서 참여하는 경험은 좋게 오래가는 것 같아요.



2. 담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부분

(흔디) 사람들이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경험했는지 피드백을 잘 못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심삼십일이나 다른 모임을 할 때는 항상 설문조사를 하거나 뒤풀이할 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객관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다음번에 할 때 도움이 되는데, 이걸 놓쳤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건의집 아이덴티티가 잘 만들어졌는데, 굿즈로도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오신 분들이 초안노트를 좋아해 주셔서 다음에는 초안노트도 전시회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 그리고 낭만을 파는 플리마켓에서 다른 이들은 낭만을 파고 살 때 저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계산/정산하는 역할이라 생각보다 너무 바빠서 현장을 잘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스티커를 떼서 정산 노트에 붙이고 총합을 계산하고 결제를 안내하고 포장하고 럭키드로우 안내하고, 절차가 너무 많더라고요. 다음에 한다면 태그를 달아서 결제할 때는 한 상자에 다 넣고 나중에 색깔별로 나눠서 정산하면 현장에서 더 편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엔 밥을 못 먹고 했는데, 다음엔 밥도 잘 챙겨 먹어요!


(림고) 결제, 포장팀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스티커 붙이는 사람, 계산기 두드리고, 결제 안내하는 사람 더 세분화해서 나눴으면 좋았을 것 같고 포장 공간이 좁았던 것 같아요. 흔디의 말처럼 다음 공간은 태그를 사용하거나, 1인 1 부스 만들어서 개인이 각자 물건 소개하고 결제해주는 방식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내 부스를 잠깐 다른 이에게 맡기고 잠깐 현장을 즐길 수도 있고. 오신 분들과 도 긴밀하게 소통할 수도 있고! 대신 각각의 부스가 연결되면서 통일성 있으면서 개성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 같아요. 더 넓거나 평면적인 공간을 물색해야 하지 않을까.


(김키미) 다음엔 함께 대화한 사람들을 사진으로도 기록하고 싶어요!


(흔디) 마켓 끝나기 한두 시간 전부터 당근 마켓에 올렸는데 좀 더 일찍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근에 올린 게시글로 4명 정도 왔는데 그중에 3명이 더 물건을 사 갔어요. 그리고 당근 마켓으로 오는 사람들 덕분에 손님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외국 애기 손님도 오고!


(김키미) 플리마켓에 가면 사람들이 물건을 빨리 고르고 결제해서 나오느라, 내 물건을 어떤 사람이 사 가는지 몰라서 아쉬웠어요. 어느 순간 보면 갑자기 물건이 사라지더라고요. 이 물건을 고르는 사람에게 설명을 덧붙여주고 싶었는데! 막상 사람들이 고르는 중에는 방해될까 봐 말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림고) 셀러가 직접 결제해주는 게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 동선까지 참여할 수 있고요.


(쩡) 물건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아카이빙 못한 점! 다음엔 꼭 하나하나 모을 거예요! 그리고 파고 커피 주변에 갈만한 장소를 지도로 만들어서 제공했는데 사람들이 잘 활용했는지 궁금해요. 다음엔 코스로 짜서 더 잘 추천해주고 싶어요. 온 사람들이 마켓만 즐기는 게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도록! 이번엔 물건의집 인스타그램에 날 것의 이야기를 많이 못 올린 것 같아요. 피드는 정리된 내용만 올리다 보니 어떤 이야기를 올려야 할지 고민이에요.



3. 주변 피드백(좋았다~ 말고 좀 더 구체적인 키워드 중심으로)

- 나들이 왔다가 득템하고 가요.

- 테이블을 한 바뀌 돌 때마다 새로운 아이템이 보이는 마법이!

- 내놓기도 쉽지 않은 마음 너무 잘 알아서 소중히 가지고 있을 것만 데려왔어요.

- 물건에 스토리를 입히는 게 너무 좋다.

- 초안노트 전시 보면서 일기장 훔쳐보는 기분이 재밌었다.

- 후기들에서 가장 많이 읽힌 키워드는 "낭만" "이야기" "일잘러" 였어요.

- 낭만을 판다는 말이 좋았다.




다음 물건의집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물건을 좋아하는 맥시멀 리스트로서 물건의집이란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회고를 마치고, 초안클럽 멤버들에게 플리마켓을 계속하는 게 좋을지, 확장해서 샵을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털어놓았는데, 멤버들의 말들이 하나하나 다 주옥같아서 날 것의 말들이지만 남겨본다.


이걸 통해서 쩡이 물건을 정말 좋아하고, 소개하고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구나를 강력하게 느껴서 플리마켓이 아니더라도 쩡이 아끼는 물건을 어떠한 형태로도 소개하는 컨텐츠도 좋을 것 같아. 그게 아카이빙 해둔 당근에서 구매한 물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본질적으로 쩡이 좋아하는 경험을 유지해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쩡의 집이 물건의집 본거지고, 플리마켓에 한정해서 얘기한다면, 매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자체가 너의 큐레이션 안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플리마켓의 주제를 정해서, 쩡이 사고 싶은 물건을 가진 셀러들이랑 해봐도 좋을 것 같아.

쩡이 물건을 잘 못 내놓는다고 했는데, 그럼 팔지 못한 물건들은 뭘 지도 궁금했어! 쩡이 아끼는 물건들, 팔지 못하는 물건들, 팔지 못하는 이유를 소개해보면 어떨까. 그거야말로 물건의집이다. 그 질문을 우리에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고. 물건의집에 왜 가지고 나오지 못했나!

물건의집에서 팔지 못하는 물건의 이야기들은 프리미엄이 있거나 너무 소중하거나 너무 비싸서거나. 나중엔 물건의집에서 옥션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물건의집 계정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건지 계획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 매일매일 올릴 수 있는 컨텐츠는힘들이지 않고 하면 좋겠어. 물건에 대한 이야기면 뭐든 괜찮으니까. 하다 보면 특정한 해시태그가 생길 수도 있고. 계정을 보는 재미가 있으면 인사이트가 꼭 없더라도 물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테고, 나중에 물건의집이 또 누구랑 어떤 형태로 플리마켓을 하든 물건의집 계정을 팔로우한 사람들은 올 것 같아. 물건의 스토리만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음! 가볍고, 재밌게 올릴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것처럼 부담 없이 피드에도 올려봐. 너무 열심히 물건의 사연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어디서 샀는지, 기본 정보를 담아보고 하루에 하나를 올린다가 작동하면 좋을 것 같음! 내용은 수정할 수 있으니까!

어디 놀러 갔을 때 그 사람의 집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피드에 올려보면 어때. (ex. 귀여움 감별사 림고의 집에서 발견한 크리스마스 물건들)

쩡의 장바구니도 궁금하다.

플리마켓 탐방기도 올려줘요!

나중에 디에디트나, 띵굴, 오늘의 집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정말요?)


초안클럽 멤버들의 피드백을 듣고, 물건의집의 앞으로의 모습이 좀 더 구체화되어간다.

내일이면 부산-남해 여행을 가는데 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물건들의 이야기도 하고 싶고, 내가 물건의집에서 팔지 못했던 아끼는 물건들의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이들이 아끼는 물건 이야기도 하고 싶고, 플리마켓을 좋아하는 나의 플리마켓 탐방기도 이야기하고 싶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해야지.


요즘 더욱 느끼는 건, 표현하는 사람들의 시대라는 것.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부지런히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표현을 하면서 살고 싶다.

결국 모든 것은 부지런해야 쌓인다.


※ 앞으로의 물건의집 소식은 아래 물건의집 계정에 올라올 예정이에요! (많관부!)

물건의집 계정 @home.of.object

초안클럽 계정 @choan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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