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역량만 비슷할 뿐, 역할은 완전히 다릅니다.
최근에 <프로덕트 오너> 채용공고를 올렸는데 <서비스 기획자> 이력서가 많이 들어와서 이번 기회에 이 두 개 직무의 차이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가 11번가, 쿠팡, 티몬, 위메프와 같은 커머스 플랫폼을 만든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① 카페24와 같은 솔루션을 구매해서 커스터마이징 하는 방법
② SI, 에이전시 등 전문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방법
③ 직접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중 1,2,3번 모두 <서비스 기획자>가 필요합니다.
① 쇼핑몰 솔루션을 이용하면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기는 어렵지만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카페24 쇼핑몰은 약 160만 개가 오픈되었다고 하는데요. 카페24는 자사 솔루션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기 위해 시스템 설계를 잘하는 기획자가 필요합니다.
② SI 또는 에이전시를 선택하면 1번보다 비용은 좀 더 들겠지만 내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주 업체를 잘못 선택하면 일정 내에 출시하지 못하거나, 엉성하게 만들거나, 유지보수가 어려워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때 외주업체에서는 고객 요구사항을 잘 이해하고 기획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서비스 기획자가 필요합니다.
③ 직접 제작하는 경우에는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플랫폼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는 ①,②번의 기업에서 커머스 플랫폼 구축 경험이 있는 기획자가 들어오면 유리합니다.
위의 예시처럼 서비스 구축 단계에서는 설계를 담당할 서비스 기획자가 필요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전체 프로젝트 범위를 파악하고, 타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설계를 하고, 개발자/디자이너와 함께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기획자의 역량은 제품을 만드는데 포커스 되어 있습니다. 산출물도 제안서, 인포메이션 아키텍처, 각종 정책문서, 화면설계서 등등 제품 제작에 필요한 문서들이 대부분이죠.
이러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어느 기업에 가서도 뚝딱뚝딱 잘 만들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1세대 조직에서는 서비스 기획자가 플랫폼의 모든 기능에 관여합니다. 주문 페이지를 기획했다가, 회원가입 페이지를 기획하고, 의류 카테고리를 기획했다가, 여행 카테고리를 기획합니다. 여행 카테고리 내에서도 항공을 기획하고, 호텔을 기획하고, 렌터카를 기획하고 계속해서 이곳저곳 순환 기획합니다. 구색은 갖췄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고객들은 복잡한 서비스보다 단순한 서비스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빈틈을 파고들어 토스 간편이체, 특가호텔 데일리호텔, 전자책 리디북스, 배달의민족, 지그재그, 스타일쉐어 등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버티컬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특정 분야에서 초기에 출시된 서비스들은 빠른 성장을 이어갔지만 진입장벽이 가벼워진 만큼 경쟁 서비스 또한 빠르게 등장하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되었고 대체제가 많아졌기 때문에 고객을 사로잡지 못한 서비스는 한순간에 추락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마존, 넷플릭스, 애플 등 유명 해외기업은 고객 중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져왔고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냈습니다.
고객중심의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와우'하는 경험을 선사해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핵심가치를 충족시켜주고 고객 불편사항은 빠르게 개선하고 또 다른 '와우'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해야 합니다. 이 포인트가 지금 시대에 성장하는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그래서 쿠팡, 토스, 뱅크샐러드, 야놀자, 마이리얼트립, 지그재그 등 국내 여러 핫한 기업들에서 프로덕트 오너(PO)가 팀의 중심이 되는 스쿼드 조직으로 재편했거나 재편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오너>의 역할은 본인이 맡은 카테고리에서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금융 기업을 예로 들면 사업단위[카드/세금/보험/대출 등] 또는 기능단위[가입/알림/큐레이션 등] 스쿼드로 구성하고 각 영역에서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프로덕트 오너에게 부여합니다. 스쿼드 팀은 제품 개선에 필요한 멤버들로 구성합니다.
<프로덕트 오너>는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해당 카테고리의 고객을 완벽히 파악해야 합니다. 직접 고객이 되어 고객 입장을 100% 이해하고, 고객 피드백을 여러 각도에서 수집하고,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숨은 의도도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고객성향, 행동패턴,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 팀을 설득하고 서비스 경험을 개선해나갑니다. 회사, 고객, 팀의 중간에서 끊임없이 밀당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프로덕트 오너의 용어집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OKR : 목표설정, 핵심결과
데이터 : 대시보드, A/B테스트
스프린트, 스크럼 : 업무 우선순위 결정, 업무 할당, 회고
백로그 : 회사, 고객, 팀에서 발생하는 Task 수집 및 정리
프로덕트 오너는 고객 경험 최적화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고, 팀을 관리하고, 목표를 달성합니다.
이제 좀 정리해볼까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위해서는 Business, Tech, UX를 모두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프로덕트 오너와 서비스 기획자 모두 본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영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오너는 고객 경험 최적화를 목표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팀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게 주요 역할이고,
서비스 기획자는 필요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정책을 정하고, 설계문서를 만드는 게 주요 역할이다보니 두 직무의 업무 진행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프로덕트 오너는 비즈니스 전문가가 맡는 경우가 많고, 사업을 하다가, 기획자를 하다가 전향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또한 MBA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군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고 서비스 기획자가 대체되거나 없어질 수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비스 기획자는 다양한 조직에서 계속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획 직군에서 리더 직군으로 가기를 원하신다면 프로덕트 오너로 커리어를 준비하셔도 좋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어가고 싶으신 분들은 서비스 기획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가로 프로덕트 매니저도 있는데 제 느낌에는 프로덕트 오너와 서비스 기획자 그 중간 즈음에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