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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장세개 Nov 02. 2021

엄마가 박사과정 가면, 애는 누가 보냐?

석·박사를 간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른 이유는 앞에서 말했는데요.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어요. 제가 많지 않은 월급에서 약 65%를 저축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사람들에겐 돈 냄새가 나나 봐요. 가족부터 주변 사람들이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족들에게 어쩔 수 없이 돌려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빌려줄 수밖에 없었어요. 아깝더라고요. 중소기업에서 급여의 65%를 저축하며 산다는 게 어떤 삶인지? 해본 사람은 아실 거예요. 거의 식비 외는 지출하지 않고 사는 거죠. 그래서 저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한 거죠.      


석사과정 가려고 할 때, 
주변은 이런 반응이었어요.

남편은, 네가 왜 가?

시어머님은, 애는 누가 키우나?

회사에서는, 교육 회사에서 배울게 많은데도 대학원에 가야 할까?

등등^^
   

박사과정을 가야겠다고 할 때,
가족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박사과정 가야겠어요. 회사에서 월급도 적고, 수명이 길어진 세상, 오래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요! 회사는 늘 재정이 위태위태해서요. 믿을 것은 나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박사과정을 가려고요. 돈은 제가 벌어 놓은 걸로 하고, 모자란 것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게요.      


남편은 대답)

그래, 우리 집안에 박사 1명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주말에 애는 누가 보냐?     


저의 대답) 

한 달에 2번 주말은 수업, 2번 주말은 수업이 없으니 제가 수업 있는 주말에만 돌봄 선생님께 부탁할게요.     


다행히 저에게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돌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아이들이 5살, 3살부터. 올해 15살, 13살까지 돌봐주셨으니 10년 동안 저희 아이들을 도와주셨어요.
아쉽게 지난 10월까지 아이를 돌봐주시고 이 일은 그만하시게 되셨어요.

제가 야근이 많기 때문에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돌봄 선생님이 계셨어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 갑자기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일도 있었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도 있었지만, 아이를 돌봐주시는 분은 10년간 변함이 없이 잘 돌봐주시고, 아이들은 엄마보다 더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것만으로도 엄청 행운이란 생각을 가졌었어요.      


이 분의 말씀,
**엄마! 아이들 키우는 건 내가 더 잘해.
그러니 **엄마는 공부해.
내가 공부하지 못하고, 현모양처로 지낸 게 좀 억울해.
나도 공부하고, 일했으면 지금보다 더 멋진 삶을 살았을 것 같아.
내 몫까지 공부하고 일해.
알았지?
애들은 금방 커!
내가 공부하는 동안 잘 돌봐줄게.  
   

사실, 이렇게 든든한 분이 계셔서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이랬습니다. 그런데 이다음부터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어려움, 문제들을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다시 돌린다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좁아진 집. 양육 스트레스. 회사 업무 부담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요.

그런데 운이 좋게 좁아진 집보다는 2배 넓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조금 넓어진 집, 주변에 개천도 있고, 산책로도 있고.
아침 햇살도 좋고, 오후 4시의 햇살도 좋고.

이것만으로 삶이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조금 일찍 이사했다면 저는 석사과정도 박사과정도 안 했을 것 같아요.

주말에 햇살 받으며 쉬는 게 참 좋더라고요.

제가 석박사 과정을 했던 것은 집이 불편해서 탈출구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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