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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bly Oct 27. 2023

진실된 내용

생생한가

내용을 진실하게 쓴다, 이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참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제 얘기를 좀 해드리자면, 어떻게 보면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주저합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사람들이 보고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죠. 진짜 제가 아니라 '제가 보여주고 싶은 저'만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실제의 저를 드러내는 게 무서워요.


아나운서 일도 조금 그런 면이 있거든요.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가 주인공이 아니에요.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따로 있어요. 저 말고 다른 이들이 주인공이죠. 인터뷰 프로그램이면 인터뷰이가 주인공이고, 퀴즈 프로그램이면 퀴즈 문제를 맞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죠. 아나운서는 중간에 있는 사람 혹은 뒤에 있는 사람이에요.


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일이 없었거니와 그래선 안된다고 교육받은 부분도 있어요. (물론 최근에는 그 경향이 많이 바뀌었고,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아나운서들도 연예인들처럼 캐릭터를 드러내지만,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해보지는 않았거든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제 생각을 약간 첨언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도 제 생각을 말한다기보다는 좀 더 사실에 근접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혹은 좀 더 솔직한 속마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이야기를 던지는 것이지 저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어요.


10년 동안 그렇게 나를 배경 삼는 걸로, 연결고리로 활용을 했더니 평소에 말을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저를 드러내는 게 어려워지더라고요. 블로그를 하는데 자꾸 감싸고 포장하고 숨기고 있더라고요.




어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에세이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에세이 주제가 그 어떤 것보다도 참 어려웠습니다. '좌절했던 경험, 화가 났던 경험, 자랑스러웠던 경험' 이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했거든요. 구체적인 상황 설명에다 감정을 팍팍 실어서 글을 써야 했는데,


‘아, 여기 되게 위험한 모임이다.. 큰일 낼 사람들이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러 번 이야기를 했네요.


그런데 제 감정을 많이 드러낼수록, 표현을 더 생생하게 할수록, 그 사건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수록 이웃분들이 재밌게 읽어주더라고요. 공감수가 굉장히 높았어요. 댓글도 많이 달리고요.


저한테는 엄청난 조회수입니다요^^



분량이 중요하진 않았어요. 아래 포스팅은 굉장히 짤막하고, 내용을 표현하는 그림 하나 달랑 넣었을 뿐인데 다른 제 포스팅 글들에 비해서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렸어요.



감동 댓글!



댓글 남겨주신 분들은 다 모르는 분들이에요. 처음 보는 닉네임이 대부분이었는데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이런 댓글을 다 남기고 가셨더라고요.


그래서 ‘진실된 내용’ 이게 우리가 글에 거짓말을 쓸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모든 글이 다 진실된 거 아닌가.. 싶은데,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는 진실은 좀 다르게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생생하게 읽히는가? (와닿는가?)



참과 거짓의 진실이 아니라 생생하게, 내 이야기처럼 와닿는 이야기인가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여부를 가지고 진실성을 판단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생생하게 쓰지 않고, 마치 1인칭 시점인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남 이야기를 하듯이 타자의 입장에서, 관조적으로 쓰게 되기도 해요.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참 아플 때도 있고 숨고 싶을 때도 있고, 무섭기도 하니까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물론 그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생각과 감정을 생생하게 담을수록 사람들이 이입을 잘하고, 내가 받고 싶은 공감과 댓글을 잘 받게 되고, 결국 이게 브랜딩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말해서 브랜딩을 하고자 한다면 생생하게 1인칭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생한 감정을 쓰기가 어려운 글들도 있어요. ‘스피치 발성 훈련 순서’ 이런 것에 감정을 넣기는 참 어렵잖아요. 하지만 똑같은 ‘발성 훈련’ 콘텐츠라도 읽고 나서 바로 “아아” 목소리 훈련을 해보게 되는 콘텐츠가 있고 그냥 눈으로만 읽고 넘기는 콘텐츠가 있어요. '이렇게 해보면 되겠구나. 이렇게 했더니 그동안 어려웠구나!' 이런 생각을 만들어내고, 실제로 발화해 보게 하는 것. 그 글 속에 ‘생생함’ 혹은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블로그 주인을 드러내기는 어려운, 특정 주제의 콘텐츠 블로그라도 한 번씩 블로그 주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블로그 주인에 대해 호감이 생기고 궁금증이 일어나니까 다른 글들도 같이 찾아보게 되잖아요? 제가 그렇더라고요. 저를 대하시는 분들도 그러하다 하셨고요. 제 스피치나 글쓰기 수업이 최고라서 들으러 오신다기보다는 저라는 사람에게 호감과 관심이 있어서 수업을 들으러 오시기도 하거든요.



나는 내 글에서 ‘진실성’ ‘생생함’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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