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bly Oct 26. 2023

좋은 블로그 글이란?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된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쓰기의 말들(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저자 : 은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에요. 우선 일독을 추천드려요. 글쓰시는 분들이라면 어떤 글을 쓰시든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이 책에서 소개된 ‘좋은 글’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살펴보면서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 볼게요.


이 책 속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하나 소개해요.



저도 이 영화를 참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깐 소개를 해드릴게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이고, 주인공은 오웬 윌슨입니다. '길 펜더'라는 인물을 연기해요.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을 거두기는 했는데 이제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죠. 


어느 날 약혼자 이네즈와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오는데요, 여행이 불편해요. 당연히 어렵겠죠. 예비 처가식구들과 여행이라니! 게다가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꿈을 이네즈는 반대합니다.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게 되는데 그만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려요. 호텔을 찾는 사이 자정이 되고 어디선가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는데, 그런데, 갑자기, 오래됐지만 멋진 자동차가 그 옆에 나타납니다. 자동차 안에는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함께 갑시다!" 길도 얼떨결에 그 차를 타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따라 들어간 파티장에서부터 이끌려 가는 곳마다 평소에 동경해 마지않던 1920년대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게 됩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무려 헤밍웨이! 그리고 피카소까지! 시간 여행을 온 것이죠.


헤밍웨이, 피카소, 젤다&스콧 피츠제럴드, 아드리아나와 길 (시계방향으로)


‘아!’ 하고 제가 탄성을 질렀던 부분은 길이 헤밍웨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었어요. 길이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면서 머뭇머뭇 묻습니다. “어떤가요..? 소재가 영 아닌가요?” 


이때 헤밍웨이의 대답이 참 멋져요.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된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용기와 품위를 잃지 않는다면.



가끔 우리가 그럴 때 있잖아요. ‘내가 쓴 글 이게 뭐라고 남들이 볼까.’ ‘남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든지. 


막 열심히 쓰고, 쓸 때는 약간 자아도취하면서 ‘어머 내가 봐도 이 글은 정말 최고야!’ 하면서 쓰긴 하지만, 사실 나중에 보면은 너무 부끄럽고.. 휴지통에 보내버리고 싶은 그런 경우 많잖아요?


‘누군들 이걸 안 겪어봤을까?’ 아니면 ‘누구나 다 하는 생각인데 이걸 내가 막 괜히 이렇게 나만 아는 척하면서.. 읽는 사람들의 시간만 뺏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제가 한창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반전도 있고 참 멋진 장면들이 많은데 유독 저 헤밍웨이와의 대화 장면이 마음에 들어왔던 것 같고요.


다른 사람들의 글들은 다들 되게 재밌게 읽게 되고, ‘와!’ 하고 감탄하게 되는 포인트가 있는데, 아우.. 내 것만 되게 초라해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사실 내 이야기도 진실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영 아닌 소재’는 아닐 수 있겠다.. 싶죠?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겠다 싶은 거예요. 헤밍웨이 덕분에 계속 글을 쓸, 블로그를 할 용기가 났습니다!


‘만약에 딱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고, 한 사람에게라도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다면 내 글도 괜찮은 글일 거야.. 음.. 내 글도 괜찮을 수 있어..’




여러분 진실되게 글 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영 아닌 소재’는 아닐 거예요. 비록 내 글이 좀 못나 보이더라도 말이죠. 어쩌면 사실은 아주 괜찮은 이야기예요. 자괴감 같은 감정이 슬며시 든다거나, 슬럼프가 온다는 느낌이 들면 헤밍웨이의 이 말을 떠올리면서 계속할 용기를 얻어보시면 좋겠어요.



내 글은 괜찮은 글이 될 거다. 괜찮은 글이다!



다만 ‘진실된 소재’와 더불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이걸 좀 생각해 줘야 하긴 해요. 짜임새 있게 글을 쓸 필요는 있기 때문에 (헤밍웨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 그동안 신경을 좀 덜 써왔다면 지금부터는 한번 신경 써 봅시다. (이게 제가  짜임새 글쓰기 모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 가지. 이 짜임새의 기준은 읽는 사람의 관점에서 정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제가 스피치를 강의할 때도 ‘잘 들렸느냐’의 기준으로 스피치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내가 만족스럽게 말을 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는지, 행동은 어떻게 변화했는지까지 보고 ‘좋은 스피치’ ‘나쁜 스피치’를 판단한다는 이야기지요.


면접을 갔는데 합격을 했다면 면접 인터뷰를 내가 ‘잘한’ 것이고, 불합격을 했다면 ‘잘 못한’ 것이잖아요? 내 답변을 듣고 상대가 어떻게 행동했느냐, 결과에 따라 답변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지요. 그렇죠?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이 어떻게 읽었느냐, 생각이 변화했느냐, 행동이 달라졌느냐, 아니면 최소한 즐겁게 읽었느냐까지, 쓰는 사람이 신경을 써야 해요. 나 혼자 보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가 읽게 하기 위한 글이라면 그 누군가에게 변화가 있게끔 해야 좋은 글인 것이지요.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짜임새는 그렇게 상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짜임새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재밌게, 인상적으로,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짜임새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읽는 사람이 재밌는 내용을 특별히 더 재밌게 읽었다면? 읽는 사람이 어떤 부분(쓰는 사람이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을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했다면? 읽는 사람이 감동적인 내용을 정말 감동하면서 읽었다면? 좋은 짜임새를 가지고 글을 썼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이라는 헤밍웨이의 말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짧은 문장, 군더더기가 없는 문장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간결성, 그러한 짜임새를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봅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어떠세요?




헤밍웨이의 실제 발화인지는 확인을 못했어요. 감독 우디 앨런의 생각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라 소개를 해드려 봤습니다.


여러분도 고개가 끄덕여지시나요? 그렇다면 좋은 글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면서 정리를 해 보죠.


좋은 글이란?

1. 진실된 내용이 있을 것
2. 간결한 짜임새가 있을 것


매거진의 이전글 짜임새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