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얀 Sep 05. 2021

남편의 장보기

[육아툰] 엄마의 사랑 곱하기 98화


얼마 전 남편이 맛있는 걸 샀다면 냉동실에서 피시 앱 칩스 봉지를 꺼냈다. 근데 한 팩이 아니었다. 총 세 팩을 샀다. (혹시 이런 남편 있는 분들. 손 좀 들어주세요.) 남편에게 장보기를 맡기면 가격도 리뷰도 평점도 안 보고 내키는 대로 산다. 자기 눈에 맛있어 보이거나, 특이하고 실험적인 먹거리들을 담는다.    


예를 들면 쑥 맛이 과해서 쓰디쓴 아이스크림, 견과류가 과하게 붙어 씹기 딱딱한 떡, 당근으로 만든 맹맹한 맛의 타르타르소스, 흙냄새가 심해 느끼한 당근주스.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피시라는 광고를 믿고 피시 앤 칩스를 여러 개 산 것이다.     


에어프라이어에 익힌 뒤, 부푼 기대를 안고 한 입 꿀꺽했으나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생선 상태가 좋지 않아 비린내가 나고 기름에 절어 느끼했다. 남편의 호기심 가득한 성향은 음식점에서도 나타나는데 메뉴판을 보고 제일 비싸거나 요리 명이 길거나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특이한 음식을 골라 주문한다.    


결국 못 먹게 된 '피시 앤 칩스 3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남편 리뷰 좀 보고 사요." 남편은 "리뷰 봤는데..."라고 말하며 장보기 앱을 열어 해당 제품에 달린 평가지수를 확인했다. "아~~~ 리뷰가 없네. 평가 점수도 좋지 않네."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보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 찬성이지만 신중하게 구매했으면 좋겠다. 냉동실의 용량에 한계가 있으므로 꼭 체크했으면 좋겠다. 엊그저께 남편이 또 일을 저질렀다. 햄버거 빵을 50개 가까이 산 것이다. 배송된 빵을 보더니 모닝빵인지 알고 잘못 샀다며 개수도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한다.     


몇 주 넘게 방치되어 있는 햄거버 빵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꼭 남편 자신이 다 먹겠다고 하는데 썩어서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편에게 장을 보면 장바구니 물건을 내게 보여달라고 부탁해둔 상태다.    


"남편. 장바구니에 먹고 싶은 거 담은 뒤 내게 보여줘요. 결제하기 전에 혹시 실수한 게 있나 한번 볼게요." 육아와 살림에 지쳐 남편에게 '장보기'를 몇 번 시켰는데 그냥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

브런치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뽀얀 홈페이지  / 뽀얀 인스타

매거진의 이전글 시시한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