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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얀 Nov 10. 2021

'모성'은 당연한 게 아니다.

[육아툰] 엄마의 사랑 곱하기 100화


보부아르는 '모성'에 대해 어머니의 존재가 다른 이의 삶에 헌신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모성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세련된 방법'이라고 했다. 그녀의 주장을 들으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모성'을 아름답다고 찬미하며 엄마가 전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하는 엄마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여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함에 대한 죄의식이 있다. (반면, 남편은 아이를 돌보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이 있나?)


아내에게 육아를 전적으로 맡기는 행동은 과거의 '모성 신화'를 부활시키는 꼴이다. '모성 신화'는 만들면서 헌신해야 하는 아빠상을 그린 '부성 신화'는 없을까? 여성은 왜 종속된 타자가 되어야 했을까? 역사의 전개 과정 속에서 가부장제 질서가 확립되고 그 속에서 여성은 종속적인 위치로 규정되어 왔다. 종속적인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립된 주체로서 주어진 상황을 초월하려는 여성의 노력이 중요하다. 주체 스스로 성취하지 않으면 동등해지기 어렵다.


여성의 외침은 정당한 권리를 갖기 위한 몸부림이지, 남성을 깎아내리거나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당한 주장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건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다 보면 편견이 사라지고 시야가 확대될 수 있다. 사유의 자유는 아는 것에서 온다.


오늘도 난 모성신화의 불합리함을 알리고 집안에서 동등하고 평등한 위치 확립을 실현하기 위해 남편에게 육아의 일정 부분을 맡긴다. 5살 꼬맹이의 치카치카와 잠자리 독서는 남편 몫으로 정했는데 잘 지켜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9시 넘어서 퇴근한 남편도 나 못지않게 피곤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우리 둘은 지금까지 다른 형태로 일했을 뿐 일의 가치는 같았다. 저녁시간만큼이라도 아빠품이 출동해야 '모성'은 당연한 게 아닌 게 된다. 긴 시간 함께 있는 엄마만큼이나 아빠 품도 크다고 사실을 아이가 느꼈으면 좋겠다. 


여성의 외침이 집안에서부터 시작될 때 사회의 큰 울림으로 번질 것이다. 우리 세대에 피부에 와닿는 평등함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다음 세대에서만큼은 말과 행동이 합치를 이루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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