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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하다 Jul 28. 2021

고사리는 소나무

<콩나물하다>시즌2- 12화

콩나물과 고사리의 첫 만남은 필리핀 어학연수에서였어요. 

콩나물은 시루를 떠나 대학교에 들어간 직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었어요. 

내가 원하는 건 뭐지? 나는 어떤 일을 잘하지? 고민 끝에 콩나물은 도피를 하는 것처럼 어학연수를 선택했었죠. 

필리핀 어학원에 간 콩나물은 수업 내내 언어의 장벽 앞에서 항상 풀이 죽어 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이던 콩나물이 다시 콩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수업 시간에 고사리와 짝이 되어 함께 발표를 하게 된 것이에요. 

발표를 준비하는 내내 고사리는 콩나물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더라도 계속 귀를 기울여줬어요. 

콩나물은 그런 고사리의 눈빛에 용기를 내서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발표를 잘 마치고 콩나물과 고사리는 찐친이 되었어요. 

유학 생활 내내 콩나물과 고사리는 서로 고민도 나누고 맥주도 마시고 함께 춤도 췄어요. 

콩나물은 고사리 덕분에 조금은 덜 외롭게 유학생활을 마칠 수 있었어요. 고사리가 없었다면 유학마저도 도피했을지도 몰라요. 

유학을 마치고 와서도 콩나물과 고사리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어요. 서로 든든한 소나무처럼. 

콩나물은 고사리를 정말 소중한 존재라 생각하고,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친구라 생각해요. 가족보다 더 자신을 속속들이 들여다봐주는 현미경 같은 친구랄까요.  

콩나물은 플라스틱 통의 물이 다 매말라도, 고추씨가 바닥이 나도, 온 세상이 다 자기를 외면하고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도 고사리만큼은 지키고 싶다고 생각해요.  

고사리에게만큼은 영양분 넘치는 땅이 되어주고 싶다 생각해요.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겠죠? 



오디오 클립 링크 - 12화 고사리는 소나무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콩나물하다> 시즌 2는 12화로 막을 내립니다.
후기와 다음 시즌3에서 만나요.

콩나물하다

글. 허선혜, 고권금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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