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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우 Jun 07. 2023

버틸만한 삶




버틸만한 삶


 어떤 이는 친구를 보낸 마음을 담아 ‘나는 아직입니다’로 시작해 ‘나는 겨우 있어요’라고 기록했다. 겨우 있다던 이는 상을 탔고, 수상 소감으로 “나는 나를 버틸만한 것 같다!”고 외쳤다. 전혀 모르지만 알 것 같았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말이라 생각했다. 그의 소감을 듣자마자 얼마 전의 결혼식 장면이 생각났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내가 모르는 이들의 결혼식에 잠시 들렀던 날이 있다. 난생 처음 보는 여자들의 결혼이었고, 그들은 서로가 준비한 편지를 낭독하고 있었다. 펑펑 울기도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하면서. 편지를 읽다 와락 쏟아진 그들의 눈물이 꼭, 그간 싸워온 것들과 헛헛한 화해를 하는 듯 했다. 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에 그들을 괴롭혀 온 적에게도 악수를 건네는 것.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그들의 눈물을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아주 멋진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 온전한 마음으로 축하하는 것이 가끔은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들도 혹시 오늘의 수상자처럼, 그간 겨우 있었고 그럼에도 버틸만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들의 눈물이 오늘 본 수상자의 고백과 같은 의미는 아니었을까.


 ‘결혼식에서 본 이들도, 상을 탔다는 이도,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각자가 버틸 만한 무언가를 버티면서 사는 건 아닐까.’ 이렇게 쓰고 나니 버틸만한 무언가를 버티며 그런 와중에도 가끔은 씩- 웃어 보이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내친김에 올해의 내 소망은 이런 마음이 흔하고 잦은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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