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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우 Apr 11. 2020

[술] 위스키 알쓸신잡

위스키에 관한 재미있는 상식 이야기


술은 하나의 거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다. 이건 내가 무지한 아주 오래된 ‘문화'였고, 오랜시간 어른들의 영역이라 치부했던 ‘위스키’라는 것이, 3년 전 비로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 순수한 위스키 상태로 마시는 스트레이트

- 얼음과 위스키를 섞어 시원하게 마시는 온더락

- 다른 음료와 재료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 등등


나는 몰트 위스키를 샷 혹은 진저에일과 섞은 하이볼 방식으로 마시는 걸 즐기는 편이다. 사실 마셔본 술 종류가 많다고도 할 수 없고, 뛰어난 미각으로 술을 분간해내는 능력도 없지만 술은 매력적이다. 언제부턴가 취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술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듯 술을 대하기 시작했다.


위스키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요소들이 구석구석 있는데 위스키에 관한 재미있는 썰 몇 가지를 알아보자.


1. 원 샷(one shot)

원샷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국에서는 원샷을 잔을 남기지 않고 한 번에 마신다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그건 'Bottoms up(바닥을 들어 올리다)' 또는 'chug(단숨에 들이키다)'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렇다면 원샷의 본래 의미는 뭘까. 그냥 말 그대로 샷 하나를 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shot이 궁금해진다. 샷은 명사로 '총알'이란 뜻인데, 바로 이 총알이 바로 샷의 유래와 연관이 있다고 전해진다.


오래전 미서부 지역의 가난한 카우보이들은 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바에서 술을 찾을 때 총알 한 발과 위스키 한 잔을 거래했다고 한다. 총알이 화폐의 기능을 겸했던 것이다. 총알 한 발을 건네는 행위가 '한 잔 주세요'로 통용되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렇게 위스키 스트레이트 샷은 '원 샷'이 되었다. 총알이 넉넉한 카우보이는 ‘더블 샷’을 마시기도 했겠지.



2. 스카치위스키와 '글렌(Glen)'

글렌피딕, 글렌모렌지, 글렌리벳, 글렌드로낙, 글렌알라키, 글렌로시스..


위스키의 고향은 스코틀랜드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스카치위스키에는 이렇게 이름에 '글렌'이 들어간 술 종류가 상당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왜?


Glen은 게일어로 계곡, 협곡이란 뜻인데, 19세기 전 세계적인 금주법의 영향으로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증류소들 역시 국가의 감시를 피하기 좋은 오지로 숨어들기 시작하며 많은 증류소가 산속 계곡지에 터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술 이름에는 지방, 지명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렇게 스카치위스키는 글렌천국이 되지 않았을까.



3. 온더락 vs 언더락

온더락 혹은 언더락. 왠지 모르게 멋진 단어다. 의미는 아시다시피, 잔에 얼음과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방법을 뜻한다. 여기서 온더락과 언더락 중 어떤 게 맞는 말이야? 하고 궁금해진다면 이 역시 유래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on the rock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on the rock은 '바위(돌) 위에'라는 의미다. 이는 오래전 얼음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스코틀랜드인들이 위스키를 차게 마시기 위해, 계곡의 차가운 돌멩이를 주워 쓰기 시작한 데서 왔다고 한다. 차가운 돌멩이가 든 잔에 위스키를 부어 마실 때, 그 돌멩이가 바로 얼음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즉 ‘whiskey on the rock’인 셈이다.



4. 얼음

우리가 온더락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얼음의 이미지는 공 모양, 혹은 구 형태의 얼음이다. 대개 위스키 바에서는 큼지막한 구형 얼음, 혹은 정육면체 얼음을 쓰는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답은 '표면적'에 있다. 얼음은 미지근한 위스키와 닿으면 녹는다. 온더락에 만약 자잘한 카페용 얼음을 쓴다면 큰 하나의 얼음을 썼을 때 보다 더 빨리 녹을 것이다. 액체와 얼음이 닿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는 위스키의 독함을 느끼기도 전에, 물 탄 밍밍한 위스키를 마셔야 한다. 위스키를 시원하게 오래 유지하는 동시에 위스키가 밍밍해지는 걸 조금이라도 늦추는 해답으로 구 형태의 얼음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얼음에도 급이 있고, 강도와 비열이 높은 얼음일수록 비싸다.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는 순수한 증류수를 얼린 얼음은 완벽한 투명함을 보여주며, 더 오랜 시간 얼음으로 존재한다. 냉각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과학자가 될 게 아니라면 여기까지만 알아도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잔에 꽉 차는 큰 구 형태의 얼음에 '샷' 한 잔(1온스 = 30ml)을 부으면, 구의 밑동만 닿는다. 이렇게 위스키와 얼음이 닿는 부피를 최소로 하며, 얼음의 냉기로 위스키를 시원한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얼음 형태의 진화는 '위스키를 시원하게는 마시고 싶어, 근데 밍밍한 걸 원하진 않아'정도 되겠다.



한편 일부러 간 얼음에 위스키를 타서 물과 희석해 시원하게 마시는 ‘미스트(mist)’라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사실 위스키에 대해서는 숙성과정, 테이스팅 글라스(글렌캐런), 제임슨위스키, 글렌모렌지, 압생트 등 이야기가 몇 가지 더 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여기서 줄여야 할 것 같다.



나는 바텐더도 아니고 위스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진 않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한 문화를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는 과정에 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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