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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우 Apr 02. 2022

봄날, 등나무꽃 아래서

4월


 



봄날, 등나무꽃 아래서



 4월에 태어난 나는, 가만 보니 4월이 참 이상한 것 투성이라고 생각했다. 진심을 농담으로 포장하는 것이 허용되는 유일한 날로 시작되는 4월은 그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은데, 1년 동안 봉오리를 틔운 벚꽃이 고작 일주일 만에 지는 것도 이상하고, 이제야 겨울이 끝났구나.. 싶으면 이때다 싶어 꽃샘추위가 찾아오는 것도 이상했다. 어떤 날은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옷차림의 갈피를 못 잡겠다가, 피크닉이라도 갈라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내리는 봄비도 이상했다.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나는 재채기가 심해지는 계절이기도 한데, 날이 좋아 창문을 열어두면 창틀에 뽀얗게 내려앉은 꽃가루 때문에 이내 기분이 틀어지곤 했다. 대학생 때는 등굣길 지하철에서 듣도 보도 못한 가짜 같은 뉴스를 전해 들었고, 그 후로는 4월이면 어김없이 노란 리본을 단 이들이 애도의 행렬을 이룬다.


 4월에 끼어있는 생일은 늘 행복과 기쁨을 강요받는 날처럼 느껴졌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4월의 음악들은 전부 하나같이 슬픈 노래들 뿐이다. 급식 시절 컴컴한 독서실 구석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앉아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던 노영심의 ‘4월이 울고 있네’, 4월 하면 생각나는 첫사랑, 그 아이가 좋아하던 브로콜리너마저의 앨범에 수록된 ‘잔인한 사월’, 잔인한 사월을 찾으려다 우연히 즐겨 듣게 된 수상한 커튼의 ‘4월’, 군에서 밤마다 침낭 속에 누워 cd플레이어로 듣던 박지윤의 6집 4번 트랙 ‘4월 16일’, 전역 후 재즈에 한창 빠져 지내던 시절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박혀있던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의 ‘April in Paris’. 여하튼 내게는 4월이 이 등나무꽃처럼 마냥 화창하게 그려지지만은 않는다.



4월이 울고 있네 – 노영심


봄비가 내려오는데

꽃잎이 흩날리는데

나의 눈에는 4월이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봄비가 내리는 소리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

나의 귀에는 4월이

울고 있는 것처럼 들리네


창문 열고 봄비 속으로 젖어드는

그대 뒷모습 바라보면은

아무리 애써 보아도

너를 잊을 수 없어라


내일을 기다려도 될까

내 사랑을 믿어도 될까

내가 딛고 가는 저 흙이 마르기전에

내 눈물이 그칠까


창문 열고 봄비 속으로 젖어드는

그대 뒷모습 바라보면은

아무리 애써 보아도

너를 잊을 수 없어라


내일을 기다려도 될까

내 사랑을 믿어도 될까

내가 딛고 가는 저 흙이 마르기전에

내 눈물은 그칠까

내 눈물이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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